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50만 원어치 상품권을 받은 서울의 한 구청 간부에게 해임 처분이 내려졌다. 단돈 1000원만 받아도 중징계를 내릴 수 있게 한 ‘서울시공무원행동강령’이 적용돼 공무원에게 해임까지 내려진 건 처음이다.
1일 서울시와 A구에 따르면 구청 B 국장(4급)은 설을 앞둔 올해 2월 9일 한 음식점에서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식사 접대와 봉투를 받았다. 봉투에는 상품권 50만 원어치가 들어있었다. B 국장의 금품수수는 관련 첩보를 듣고 미리 대기하던 국무조정실 암행감찰반에 의해 현장에서 적발됐다.
국무조정실은 이 사실을 서울시와 A구에 통보했다. A구 측은 자체 조사를 벌인 뒤 지난달 초 서울시 인사위원회에 경징계를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중징계인 해임 처분을 결정하고 같은 달 26일 구에 통보했다. 해임은 파면 다음으로 무거운 징계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서울시공무원행동강령 및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을 적용했다. 직무 연관성이나 액수에 상관없이 금품을 수수할 경우 해임 등 중징계가 가능한 규정이다.
자치구는 통보를 받고 15일 내 해임 처분을 내려야 한다. A구는 현재 열리고 있는 구의회 임시회가 끝나는 6일 해임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하지만 B 국장이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낼 경우 법적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행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100만 원 미만의 금품을 수수한 공무원은 경징계 처분을 받게 돼있기 때문이다. 당초 A구도 이 규정에 근거해 서울시에 경징계를 요구했었다. B 국장의 경우 관련법에 따르면 경징계 처분을 내려야 맞지만 서울시는 자체 규칙을 적용해 해임 결정을 한 것이어서 ‘상위법 우선의 원칙’을 어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지난해 징계규칙 등의 개정 당시부터 상위법(지방공무원법)과 엇갈린다는 얘기가 있었다. 서울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자체 규정이어서 시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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