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차세대 잠수함 도입 과정에서 독일 업체에서 1000억 원대 중개 수수료를 받아 해외로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국외재산도피 등)를 받고 있는 ‘무기중개 거물’ 정의승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이사장(76)의 구속 영장이 4일 기각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정 씨가 2000년대 도입된 해군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 과정에서 독일 건조업체 하데베(HDW)와 엔진 제조사 엠테유(MTU)사의 참여를 중개하고 받은 1000억여 원을 홍콩 등 해외에 만든 페이퍼컴퍼니에 은닉했다고 의심하고 1일 정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조윤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정 씨가 수사 개시 전 국외재산 대부분을 국내로 반입하고 관련 계좌 내역을 스스로 제출하는 등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합수단이 정 씨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정 씨를 통해 군 고위층 로비 의혹을 확인하려던 수사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합수단은 정 씨가 무기 중개 수수료를 세탁해 군 관련 로비 자금으로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거액의 교회 기부금 등 의심스러운 자금흐름을 추적해 왔다. 합수단은 “무기중개 수수료 관련 비리가 방위사업비리의 출발점이자 본질”이라며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 씨는 해군 중령으로 전역 후 MTU 한국지사장으로 일하다가 1983년 무기중개업체를 설립해 운영해왔다. 그는 1993년 군 수뇌부의 뇌물 수수 사실이 대거 적발된 ‘율곡비리’ 사건 때 전직 해군참모총장 등에게 3억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 국방부 장관 후보로 올랐다가 낙마한 김병관 예비역 육군 대장도 정 씨 업체에서 2억 원대 고문료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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