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황인찬]역사를 잊은 민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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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사회부 기자
황인찬 사회부 기자
다음 달 15일이면 광복 70주년을 맞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훈 단체들은 각종 기념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이런 ‘들뜬’ 분위기 속에 조명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을 건립하는 일이다.

임시정부 관련 자료는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종로구 경교장 등에 전시돼 있다. 하지만 독립기념관은 항일독립운동 전반을, 백범김구기념관과 경교장은 백범 선생을 중심으로 다룬다. 이 때문에 임정에서 활동했던 수많은 무명(無名)의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임시정부기념관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학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는 지난해 경교장 옆 유한양행 옛 사옥을 보수해 임정기념관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마지막 임정청사였고 백범 선생을 비롯한 임정 요원들의 숙소로 사용됐던 경교장이 바로 옆에 위치한 까닭이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 전문가들과 함께 자문회의와 현장 답사를 했다. 최종적으로는 유한양행 사옥을 임정기념관으로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옥 중 일부 건물은 철거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후보지였던 유한양행 사옥이 탈락하자 최근 관련 사업이 탄력을 잃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대체 장소를 물색하고 있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면서 “임정기념관 사업이 지자체가 단독으로 나설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물러섰다. 국가보훈처는 “임정기념관 건립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니 지자체가 토지를 제공하면 건립비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정부와 서울시의 소극적인 자세에 임시정부기념사업회가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이달 중순 기념관 건립과 관련한 준비 모임을 열고, 향후 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다. 추진위원장으로는 항일 독립운동을 벌였던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이 유력하다. 사업회는 기념관 건립을 넘어 뉴욕 자유의 여신상, 파리 에펠탑과 같은 대형 상징물 건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기념사업회 측은 “결국 민간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추진위를 구성해 정부와 서울시를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년 뒤면 2019년이다.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과 4월 13일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의 100주년이 다가오는 것이다. 광복 70주년 기념식을 잘 치르는 것 못지않게 임정기념관 건립도 중요하다. 이역만리에서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사업을 정부와 서울시가 남의 일처럼 서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일본을 두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 말은 광복 70주년을 맞은 우리도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황인찬 사회부 기자 hic@donga.com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임시정부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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