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수습 연수원장 숨진채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6일 03시 00분


中서 공무원 탄 버스 추락직후 출국
공안 “숙소서 투신”… 압박감 시달린듯
사고 희생자들 시신 6일 국내로

박성일 완주군수(오른쪽)가 5일 전북 완주군 지방행정연수원에 마련된 중국 연수 공무원 버스 추락사고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향을 피운 후 조문하고 있다. 완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박성일 완주군수(오른쪽)가 5일 전북 완주군 지방행정연수원에 마련된 중국 연수 공무원 버스 추락사고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향을 피운 후 조문하고 있다. 완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중국 지린(吉林) 성 지안(集安) 시에서 발생한 연수 공무원 버스 사고 수습을 위해 현지에 머무르던 최두영 지방행정연수원장(55·사진)이 5일 새벽 투숙 중이던 홍콩홀리데이(香港城假日) 호텔에서 투신자살한 채 발견됐다.

지안 시 장리청(張立稱) 공안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최 원장이 호텔에서 뛰어내려 숨졌다”고 발표했다. 장 국장은 “추락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화면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할 때 최 원장이 추락할 당시인 5일 오전 3시 3분(현지 시간) 객실에 다른 사람이 없었다”며 “현장 감식 결과 객실 창문에서 최 원장의 지문도 채취됐다”고 설명했다. 또 “시신 부검에서도 타살 혐의가 나타나지 않아 타살 가능성을 배제했다”며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한국 측에도 통보했다.

1일 지안에서 발생한 공무원 버스 사고 수습을 위해 2일 중국으로 파견된 최 원장은 5일 오전 3시 13분경 호텔 입구 1층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호텔 보안요원이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오전 3시 36분경 사망 판정을 받았다.

최 원장은 현지에서 사고를 수습하면서 버스 사고 사망자 10명의 유족과 장례 절차를 협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움과 압박감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 원장은 4일 밤늦게까지도 유족과 시신 운구 절차 등을 논의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연수를 주관한 장이라는 책임감은 물론이고 현지 화장을 주장하는 중국 측과 유해의 한국 송환을 요구한 사고 유가족 간의 이견을 조정하는 가운데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2일 지안에 온 최 원장은 줄곧 침통하고 굳은 표정이었으며 유족들이 장례 절차 등에 대해 요구를 하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등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최 원장과 함께 방을 쓰던 연수원 관계자는 5일 오전 3시 넘게까지 장례식장에서 버스 사고 사망자 시신 운구 대책을 논의하다 호텔로 돌아와 보니 방문이 열려 있고 방이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호텔은 장례식장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다.

최 원장이 묵었던 객실에서 유서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객실 내부 탁자 위에서 볼펜 자국이 남은 메모지가 발견됐다. 메모지 구석에 큰 물음표만 있을 뿐 글씨는 적혀 있지 않았다. 선양 한국총영사관은 이 호텔 2층에 상황실을 차려놓고 이번 사고 대책을 지휘하고 있다.

최 원장의 시신은 버스 사고로 사망한 10명의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인 ‘지안 빈이관(殯儀館)’에 안치됐으며 가족들이 지안에 도착하는 대로 장례 절차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버스 사고로 숨진 사망자 10명의 시신은 5일 오후 5시 반경 지안을 떠나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으로 운구됐으며 6일 오전 항공편으로 한국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장례는 사망 공무원이 소속된 각 자치단체장(葬)으로 거행된다.

최 원장은 강릉고와 서울대를 졸업했으며 1983년 행정고시(27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행정안전부에서 정책기획관, 지방행정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강원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뒤 올 1월 지방행정연수원장으로 임명됐다. 행자부 관계자는 “고위 공직자로서의 책임감이 강했고 후배 직원들의 신망도 두터웠는데 무척 안타깝다”고 전했다.

▼ 中 “사고버스 과속-운전 부주의” ▼

한편 버스 사고를 조사한 지안 시 공안국 교통대대는 4일 중간발표에서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은 버스 운전사의 과속 및 커브길에서의 운전 부주의로 보인다”며 “법 규정에 따라 후속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교통대대는 “사고가 난 버스의 주행기록(블랙박스)을 조사한 결과 사고 당시 주행 속도는 시속 66∼88km로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 40km를 초과한 것이 명확하다”며 “사고지점 5.4km 앞에 제한속도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대대는 또 “사고버스 운전사 왕모 씨(39)는 2008년 4월 버스 운전면허를 취득했고 혈액 분석에서 음주운전이나 마약 복용 혐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왕 씨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2일 숨졌다.

한편 중국 측은 한국인 10명 등 11명이 숨진 이번 사고의 처리 주체를 지린 성 정부로 격상해 부성장이 지안에서 사고 처리를 지휘하게 했다. 또 지안 시의 교통 공안 여유(관광) 외사국 등도 합동 조사를 벌이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지안=김윤수 채널A 기자 / 이철호 기자
#중국 공무원 버스 사고#최두영#지방행정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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