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천자문의 첫 구절 ‘천지현황(天地玄黃·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을 배울 때 ‘검은 하늘이 무슨 뜻이냐’고 묻습니다. 천자문은 한자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이 배우기엔 내용이 어렵고 추상적인 부분이 많지요. 반면 사자소학은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한자를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문규식 한국교육문화회 이사장)
중국어가 각광받는데 이어 지난해 교육부가 초등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한자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한국교육문화회가 매년 주최하는 ‘전국 사자소학 암송전’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는 것도 이런 맥락.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국교육문화회 사무실에서 문규식 이사장(사진)을 만나 사자소학 암송전의 효과와 한자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사자소학 암기 후 실천까지
사자소학은 어린이들이 어른과 부모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사자성어로 정리한 기초한문교과서. 암송전에 참가한 학생들은 50문장을 외워 예선, 본선, 결선에 걸쳐 필기시험을 치르고 암송한다.
“‘부모출입이어시든 매필기립하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부모가 집에 들어올 때나 나갈 때 자녀는 반드시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뜻이지요. 초등생들이 대회 참가를 위해 해당 문장을 반복해 외우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부모님이 오실 때 자리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한자뿐 아니라 인성까지 교육하게 되지요.”(문 이사장)
올해부터 결선 우승자는 교육부 장관상을 받는다. 문 이사장은 “지난 8년간 참가비 무료로 대회를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한자와 인성을 가르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자=아시아 공용어
전국 사자소학 암송대회를 통해 한자 보급에 힘쓰는 이유에 대해 문 이사장은 “한자는 초등생의 어휘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낱말 중 한자어의 비중은 70%에 달합니다. 한자를 잘 알면 단어 뜻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사과가 ‘모래 사’와 ‘과실 과’가 합쳐진 단어란 사실을 알면 모래처럼 물이 적은 밭에서 자라는 과일이라는 사과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문 이사장)
문 이사장은 해외 연수를 갔을 때 싱가포르, 중국, 일본 사람들이 종이에 한자를 써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한자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한자문화권 안에 있어 한자를 잘 알면 해당 국가의 언어를 몰라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
“한자를 잘 알면 일본어나 중국어 등을 공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중국경제가 크게 성장한데다 한국경제에서 중국과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한자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나 다름없습니다.”(문 이사장) ※ (사)한국교육문화회(www.hanjapss.com)는 초등생 대상 ‘제9회 전국 사자소학 암송전’ 참가자를 24일(금)까지 모집한다. 참가자는 사자소학 50문장을 외워 예선에서 필기시험을 치르고 본선, 결선에서 암송한다. 각 시·도별 성적 최우수자는 시·도 교육감상, 최종 우승자는 교육부 장관상을 받는다. 참가비 무료. 신청 및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문의 02-2038-0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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