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치는 정부 vs 한숨 쉬는 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8일 03시 00분


“공공데이터 개방 OECD 1위”
“쓸만한 것 없고 구입비 내야”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공공데이터를 가장 잘 개방한 나라로 6일 선정됐다. 하지만 이를 각 산업 분야에 활용해야 할 기업에선 “이해할 수 없는 결과”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필요한 정보이지만 공개되지 않거나 정부가 과도한 비용을 청구하고 있는 탓이다.

자동차 정비, 진단 이력을 관리해 주는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벤처기업 A사 관계자는 한국이 공공데이터를 잘 개방했다는 소식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A사는 올해 초 국토교통부가 보유한 자동차 토털 이력 정보(사고, 수리 이력 등)를 받기 위해 행정자치부에 공개를 요청했지만 ‘자동차관리법에 근거가 있다’는 행자부 안내에 따라 800여만 원을 내고 해당 데이터를 구입해야 했다.

A사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데이터를 무료로 쓸 수 있는 것처럼 홍보했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2013년 6월 공공기관들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무료로 공개하는 ‘정부 3.0’ 정책을 추진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기업들 사이에선 “쓸 만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 당시 정부는 공공데이터 개방을 통해 일자리 15만 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해 말까지 2년간 예산 342억 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7일 기준 현재 공공데이터 포털(data.go.kr)에 올라온 데이터는 1만7662건으로 2014년 초에 비해 2.4배 늘었다.

하지만 외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기업 대다수는 가공되지 않은 ‘로데이터(raw data)’를 제공받기를 원하지만 각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들은 가공된 정보만을 제공하는 행정 편의주의적인 관행이 바뀌지 않은 탓이 크다.

벤처기업 B사는 지난해 서울시 등이 갖고 있는 교통정보 로데이터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데이터를 받으려면 전용선을 깔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포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꼭 필요한 데이터였지만 전용선을 설치하는 데 최소 1000만 원 이상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고 접어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7일 본보 취재팀이 공공데이터 포털에서 ‘주차장’을 검색한 결과 일부 지자체가 올린 파일에는 정작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주차장 요금, 운영시간이 빠져 있는 등 데이터의 질이 부실한 문제도 여전했다. 이렇다 보니 공공데이터 활용 사례 550건 중 246건이 국문관광정보(한국관광공사), 도로명주소(미래창조과학부) 등 단순한 정보를 연동하는 수준에 그쳤다. 국내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공개 건수 늘리기보다 정보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무료 공개가 원칙이지만 일부 공공기관들이 데이터 가공에 필요한 비용을 받기도 한다”며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능하면 로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김재희 인턴기자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공공데이터#OECD#경제협력개발기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