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목포대 멀티미디어 공학과는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배우는 융복합 학과. 지역 산업과 연계해 수요 지향적인 실전형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이 분야 학과로는 호남 지역을 대표하며 진출 분야가 다양한 것이 특징. 특히 나주 혁신도시에 한국전력을 비롯한 공공기관 16곳이 입주할 예정이어서 이 학과 졸업생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 학과 3학년 차진주 씨(21)는 지난 학기 수업시간에 ‘계산기를 만들어 보라’라는 팀 프로젝트 과제를 잊을 수 없다. ‘계산기를 만들어보라니…’ 생각지도 못했던 과제였다. 팀을 이뤄 컴퓨터 언어로 로직을 만들고 계산기를 만들어 보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막상 끝내놓고 보니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입학 때는 웹 디자이너 쪽에 진출할 생각이었으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쪽으로 진로를 틀었다. 인트라넷 관리 업체에 취업한 선배의 조언도 영향을 미쳤다. 선배는 처음에 중소기업 인트라넷 망을 관리했으나 지금은 큰 업체들을 관리하고 있다며 전망이 밝다고 소개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분야라는 것도 매력이었다. 차 씨는 올해 여름방학 때 컴퓨터 언어 중 하나인 ‘자바’를 집중적으로 배울 계획이다. 이 분야 인력이 부족해 배우는 비용도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
역시 3학년인 박정현 씨(25). 그는 요즘 잘나가는 분야인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쪽으로 취업할 생각을 굳히고 있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중 휴대전화에 주로 쓰이는 모바일 앱 개발 쪽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그는 데이터베이스(DB) 관리 진출 쪽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멀티미디어 공학과의 기본은 컴퓨터 공학. 이를 기초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만든다. 때문에 1, 2학년 때는 기초를 주로 배운다. 컴퓨터프로그래밍을 기본 과목으로 웹프로그래밍, 게임프로그래밍, 모바일프로그래밍 등 소프트웨어의 기초를 다진다. 이와 함께 웹 콘텐츠 제작은 물론 이미지제작과 설계, 3D모델링, 컴퓨터애니메이션, 게임제작 등 말 그대로 ‘멀티 콘텐츠’ 제작의 기초를 배운다. 웹 정보검색은 물론 정보기술(IT) 융합인공지능 과목도 있다.
교과과정은 ABEEK(공학교육인증)를 받아 표준적이다. 초점은 글로벌 정보기술(IT) 분야의 최신 동향을 꿰고 있는 실무형 멀티미디어 공학 인재를 키우는데 맞춰져 있다. 특히 3, 4학년 때 실습은 이 학과의 강점. 4학년 김주환 씨(24)는 지난 학기 ‘SM소프트’에서 7주 동안 현장실습을 했다. 5학점짜리다. 김 씨는 거기서 자신이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목포공고를 나와 나름대로 프로그래밍 언어들을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부닥쳐 보니 부족한 게 많았다. 그 업체 과장은 그의 멘토였다. “과장님이 실력 체크를 하더니 ‘자네는 자바 쪽이 부족하다’며 스파르타 교육을 시켰다. 매일 오전 과제를 주고 저녁 퇴근 무렵 체크하고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4학년 박현준 씨(23)도 지난해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 ‘인포모션’이란 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그는 이곳에서 PPT와 사업계획서를 만들어보는 실무 경험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꿈이기도 한 웹 개발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인터넷 강의도 듣고 웹 개발자가 공개한 코딩을 따라하기도 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학과는 내년부터 실무형 학습을 훨씬 더 강화한다. 이른바 ‘일-학습 병행제’다. 3학년 때는 현장 실습을 4개월간이나 한다. IPP(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형 장기현장실습이다. 일종의 직업 탐색이라고 할 수 있다. 4학년 1학기 때는 학교에서 Off Job Training을 받는다. 즉, 학교에서 교육을 받되 산업체에 필요한 실무교육을 받는 것. 2학기 때는 4개월 동안 업체에서 On Job Training을 받고 취업으로 연계한다. 한마디로 학교의 학업 학기와 산업 현장의 근무학기를 통합시킨 취업중심의 프로그램으로 노동부 지원사업의 일환. 현장실습 기간에는 월 최대 120만 원을 받는다.
최한석 멀티미디어공학과 학과장은 “전국 13개 대학이 이 사업에 시범 선정됐다. 호남권에서는 우리 학과가 유일하다. 이 제도를 통해 전공 분야로 취업하는 졸업생 비율을 90% 이상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과는 또 교육부가 지원하는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의 혜택도 받고 있다. 이상돈 교수는 “올해 LINC의 지원을 받아 나주 혁신도시에 있는 IT업체의 수요조사를 기반으로 자바 언어 실무교육 등 산업체 요구에 따른 별도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과는 컴퓨터공학과 정보보호학과 식품공학과 전자상거래학과 등과 함께 ICT특성화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 교수 팀은 농식품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사업이었다. ‘머리가 좋아지는 식품’ ‘건강에 좋아지는 식품’ 등 ‘꾸러미’를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멀티미디어 공학페스티벌은 이 학과가 신경을 쓰는 행사. 4학년들이 졸업 작품을 내고 3학년도 일부 팀 프로젝트를 내 전시하는 프로그램이다. 보통 4학년이 7팀 정도, 3학년이 2, 3팀 정도 출품한다. 졸업 작품으로는 게임이 많고, 앱 개발이나 센서를 이용한 임베디드시스템도 나온다. ‘안드로이드 기반 유아용 한글교육 앱’ ‘전기안전교육 인터랙티브 앱 북 콘텐츠 개발’ 등이 호평을 받은 졸업 작품.
서욱현 씨(24)는 ‘모모하’(모두 모아 하나로) 회원. 5명이 캠스톤디자인으로 삼은 것은 ‘멀티미디어 학사지원 앱’ 개발이다. 재학생과 입학생이 자격증은 어떤 것이 있는 지, 이수 체계는 어떤지, 수업은 어떤지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앱이다. 자료조사와 시장분석은 물론 컴퓨터 로직을 설계하고, 인터페이스부터 디자인까지 팀원들이 각 분야를 맡아 매달리고 있다. 김주환 씨 팀은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택배가 왔다는 것을 알리는 시스템을 졸업작품으로 준비 중이다.
공학관 2층에 있는 ‘상상실현창의아이디어 팩토리’는 공부방이자 아이디어 뱅크. 학생들이 공부를 하며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곳이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쪽지로 써 아이디어 함에 넣으면 된다. 주기적으로 교수들이 그 아이디어를 수거해 쓸 만한 것들을 구체화한다. 채택된 아이디어는 산업체를 불러 프로젝트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졸업 뒤 진로는 크게 두 가지. 먼저 멀티미디어 콘텐츠분야다. 웹 디자이너, 2D 및 3D 그래픽 제작자,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자, 컴퓨터 게임제작 전문가, 가상현실 제작자, 디지털 방송 콘텐츠 제작자, 2D 및 3D 모바일 캐릭터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분야는 멀티미디어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가 되는 것. 웹 응용개발자, 소프트웨어 개발전문가, 게임 개발자, 모바일 응용개발자, 방송 제작자(PD) 등이다. 대학원 진학, 공무원, 벤처회사 창업의 길도 있다. 졸업생들은 삼성SDS와 LG CNS, SK CNC 등 대기업 시스템통합(SI)업체, 쌍용정보통신 한전KDN 등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골고루 취업하고 있다. 나머지는 중소기업에 진출하고 있다. 광주권의 이후맥스 한국에텍 남양정보기술 옵토네스트 현네트워크 위치스 유티소프트 신비테크를 비롯해 목포권의 휴먼아이티솔루션 에스엠소프트웨어 브로드컴 인포모션 비온시이노베이터를 꼽을 수 있다. 수도권의 온라인파워스 에이블맥스도 졸업생들이 진출하는 업체. 이곳에서 경험을 쌓아 대기업에 진출하기도 한다.
현재 취업률은 57% 수준이다. 하지만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에 이미 입주한 한전을 비롯해 한국정보통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16개 공공기관이 들어오면 지역 인재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전의 에너지밸리 조성계획은 연구소와 기업을 유치하면서 지역핵심 인재 1000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관심이 높다.
2016학년도 입학정원은 25명. 수시에서 20명(80%)을 선발하고 정시에서 5명(20%)을 선발한다. 장학금 수혜비율은 70%. 올해 1학기 정원 91명 가운데 63명이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 국가 장학금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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