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초등학교 뒤편 골목길 사거리에서 A 양(5)이 달려오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여 숨졌다. 차량의 속도는 시속 20km 정도였지만 차량의 높은 범퍼가 A 양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사고 발생 1년이 지난 8일 오전 원종초교를 다시 찾았다. A 양이 숨진 지점에는 골목길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반사경이 설치됐다. 바닥에는 좁은 골목길을 상징하는 교차로 표시가 생겼다. 얼핏 보면 교통사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것 같았다.
그러나 학교 주변 다른 지역의 상황은 여전히 심각했다. 폭 5, 6m의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학교와 나란히 자리한 공원 옆에는 불법주차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1t짜리 화물차와 SUV는 물론이고 노란색 학원 통학차량까지 좁은 일방통행 길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쪽에 인도가 있지만 어린이들이 수시로 뛰어노는 골목길이라 언제든지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이곳은 학교 옆인데도 스쿨존으로 지정되지 않아 속도를 높이는 차량이 많다. 이정환 원종초교 교장은 “그나마 인도가 있는 곳은 다행이지만 안쪽의 골목길은 이마저도 없어 차량과 아이들이 함께 등하교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정초교 주변에서는 어린이 교통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다. 사고 원인 중 하나는 횡단보도였다. 이 학교 왼편에는 왕복 4차로 도로가 지나고 교차로가 있다. 이곳의 횡단보도는 교차로에서 5m가량 떨어져 있다. 다른 곳보다 3, 4m 정도 더 멀게 설치됐다. 교차로와 횡단보도 사이가 너무 멀면 신호 전환 때 차량과 보행자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곳에서는 4년 전에도 비슷한 어린이 교통사고가 났었다. 하지만 횡단보도 위치는 개선되지 않았고 지난해 또 사고가 난 것이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합동점검단 관계자는 “이 경우 빨간 신호가 들어오기 직전에 교차로를 건넌 차량이 횡단보도에서 녹색 신호를 보고 건너는 보행자와 충돌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근처 선부중학교도 횡단보도가 문제였다. 왕복 4차로 도로가 지나고 있지만 횡단보도는 교문 양쪽으로 각각 6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이 때문에 무단횡단을 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합동점검단이 이 문제를 지적하자 안산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안전처와 교육부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단은 이날부터 10일간 사망자가 발생했거나 지난해 2건 이상 교통사고가 난 어린이 보호구역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스쿨존 교통사고는 523건으로 2014년 427건에서 급증했다. 안전처 정종제 안전정책실장은 “사고가 난 현장을 직접 보고 원인을 분석한 뒤 연말까지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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