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수입車 등 구입비 稅혜택 연간 손실 세금 2조5000억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1억원대 83%가 업무용… 사적 사용도
경실련 “3000만원까지 경비 처리를”
정부도 법인세법 등 개정 검토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업무용으로 고가 차량을 구입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면서 부당한 세금 혜택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업무용 고가 차량에 대한 제한 없는 세제 혜택으로 연간 2조5000억 원의 세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8일 서울 종로구 동숭3길 경실련 강당에서 ‘급증하는 수입차 등 업무용 고가 차량의 판매실태 및 세제혜택 문제점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세법이 조세형평성을 훼손한다”며 업무용 차량의 경비 처리와 관련한 제도 개선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은 차량 가격은 물론이고 취득세 등 각종 세금과 보험료, 기름값 등 유지비까지 5년간 무제한으로 경비 처리해 준다. 경실련은 6390만 원짜리인 ‘BMW 520d’의 경비 처리를 예로 들었다. 연간 1만5987km 주행, 21세 이상 운전자 대상 보험 가입 등을 적용하면 5년간 약 1억800만7005원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는 각각 5년간 4500만 원과 2600만 원의 돈을 돌려받게 된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10만5720대(약 7조4700억 원)의 고급 업무용 차량이 팔렸다. 세제 혜택을 받는 기간인 5년 동안 차 가격 등을 분납해 경비 처리할 경우 고급 업무용 차를 구입한 사업자들은 연간 4930억 원씩 모두 2조4651억 원의 세금 감면을 받는다. 매년 같은 금액만큼의 업무용 차량이 새로 판매된다고 가정하면, 5년 동안 누적된 금액을 반영해 해마다 2조5000억 원에 가까운 세제 혜택이 일어나는 셈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1억 원 이상 수입차 1만4979대 중 83.2%(1만2458대), 2억 원 이상 수입차 1353대 중 87.4%(1183대)가 업무용으로 팔리면서 이런 혜택을 누렸다. 그렇다 보니 일부 법인과 개인사업자들이 회사 명의로 비싼 수입차를 구매한 뒤 개인용도로 타 세금을 탈루해 왔다.

경실련은 현행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업무용 차량 가격의 3만 캐나다달러(약 2684만 원)까지만 경비 처리를 해주는 캐나다식 모델을 국내에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경실련은 법인차 가격의 약 3000만 원까지 경비 처리를 허용하고 초과 금액에 대해선 세금을 징수할 경우 연간 약 3058억 원의 세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와 관련해 업무용 차를 전액 경비 처리해 주던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다만 정부는 이 규정을 고치는 것이 자칫 무역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이샘물 evey@donga.com·정세진 / 세종=손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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