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의 5촌 조카로 추정되는 40대 중국 동포가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다 구속돼 수감 중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최룡해는 김일성과 중국에서 빨치산 활동을 했던 최현 전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현재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핵심 측근이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최근 전화 금융사기 혐의로 오기범 씨(44) 등 중국 동포 2명을 구속해 부산구치소에 수감했다. 이들은 지난달 15일 낮 12시경 서울 관악구의 한 은행 앞에서 타인의 계좌에서 몰래 이체한 3930만 원을 인출하려다 붙잡혔다.
8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중국 헤이룽장 성 지둥(鷄東) 현 출신인 오 씨는 최현의 여동생 최정해의 둘째 손자다. 지린 성 옌볜(延邊)에서 북한을 상대로 한 수산물 무역사업 등을 하다 최근 사업이 어려워지자 3개월짜리 단기 취업 비자를 발급받아 지난달 6일 입국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서울의 여관과 모텔을 전전하다 중국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오 씨가 속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은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하며 신모 씨(27·여)에게 전화를 걸어 “통장이 범행에 연루돼 있다”며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했다. 이어 계좌정보를 캐낸 뒤 신 씨의 계좌에서 3930만 원을 빼내 미리 확보한 대포통장으로 이체했다. 오 씨는 수익의 1% 정도를 보수로 받기로 하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 씨가 최룡해의 5촌 조카라는 얘기가 알려지자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은 이날 한꺼번에 구치소를 찾아가 오 씨를 접견했으며, 오 씨는 “내가 최룡해의 5촌 조카가 맞다”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수사당국 관계자는 “오 씨의 말이 맞는지 확인이 더 필요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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