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 통과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제일모직 지분 5.04%(679만7871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8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보다는 삼성그룹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달 5일 제일모직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지분이 5%를 초과하게 돼 공시했다”며 “정확한 추가 매입량을 밝힐 순 없지만 투자가치가 있다는 판단 아래 주식을 매입했고 다른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지분을 모두 대량 보유하게 된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합병 무산 시 주가 하락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볼 때 합병에 찬성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최근 SK㈜와 SK C&C 지분을 모두 갖고 있었음에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합병에 반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지 전문위원회에 또다시 공을 넘길지도 주목된다.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엘리엇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에 대해 “아직까지 내부 논의 중이며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다만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이 많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제대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국민연금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결정을 맡기기보다는 스스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삼성전자 사옥에서 수요사장단 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이 찬성하면 합병안 통과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이날 삼성물산 전체 주주를 상대로 “합병 반대에 동참해 달라”는 공개서신을 발송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또 엘리엇은 최근 지분 1%씩을 매입한 삼성SDI와 삼성화재 이사진 신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합병이 성사되면 찬성표를 던진 이사진을 상대로 곧바로 법적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두 회사는 현재 삼성물산 지분을 각각 7.39%, 4.79% 갖고 있다.
한편 100조 원 규모의 외화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엘리엇에 투자한 기관투자가 중 하나인 것으로 밝혀졌다. KIC 측은 “20여 개의 헤지펀드에 26억 달러(약 2조9380억 원)를 투자하고 있으며 엘리엇에는 2010년 2월부터 투자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