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메르스 방역 실패를 홍콩독감에서 되풀이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0시 00분


정부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초동 대처 실패 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것이 병원명 비공개 같은 정보 통제였다. 어제 열린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에서도 정부는 고위공무원들이 참석한 메르스 관련 회의록 등을 제출하지 않아 ‘비밀주의’를 고치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야당에서 71건의 자료 요청을 했지만 답변이 온 것은 3건에 불과하다”고 질타했을 정도다.

정부의 자료 제출 거부는 메르스 병원 비공개를 누가 주장했고 누가 최종 결정했는지 밝혀지는 것이 두렵거나 이번 사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등 청와대 책임을 축소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메르스 방역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대한 정부의 사후 대책도 크게 기대할 게 없을 것 같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특위에서 사태 초기 충분한 정보의 부족과 평소 방역망의 미흡으로 메르스의 전파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시인했다. 정부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다각도로 수집하고 의료진과 여행객에 대한 사전 교육을 강화했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메르스 사태는 ‘정부 실패’이고 인재(人災)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의 메르스 사태는 반드시 온다”고 보건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경고하고 있다. 2009년까지 200명 안팎이던 해외 유입 감염병 환자 수가 2013년 494명, 2014년 388명으로 늘었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이상으로 바이러스 변이가 쉬워지고 항공 여행이 늘면서 신종 전염병이 수시로 국경을 넘나들 수 있게 됐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는 해외 유입 감염병의 파괴력을 보여준 증거다.

현재 홍콩에서 기승을 부리는 독감이 한국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A형(H3N2)인 이 독감은 지난겨울 국내에서 유행했던 그 독감이다. 우리나라는 겨울이 지나면서 자취를 감췄지만 홍콩에서는 지금까지 563명의 사망자가 나와 발병률이나 사망률이 메르스 못지않게 심각하다.

한국인은 매주 7만 명이 홍콩을 방문할 만큼 교류가 빈번하므로 홍콩독감 재상륙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지금은 지난겨울 접종한 백신의 효력이 떨어진 시점이라 홍콩독감이 유입되면 인적 물적 피해가 클 것이다. 정부는 홍콩에서 오는 여행객들이 발열이나 기침 증세가 있는지 공항에서부터 철저하게 체크해야 한다. 여행객들도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서 독감이 국내로 전파되지 않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도한 공포심에 여행을 자제할 필요까지는 없다. 홍콩독감은 메르스 이후 정부의 방역체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돼야 한다.
#메르스#홍콩독감#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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