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여성 김모 씨(28)는 5월 중순부터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다음 달 지중해 지역 휴양지로 대학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로 했기 때문에 살찐 몸매가 신경 쓰였던 것. 수영복, 짧은 원피스와 반바지 등 ‘여름 휴양지 패션’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김 씨는 거의 두 달을 아침은 굶고, 점심은 평소의 절반이나 3분의 2 정도만 먹어 체중을 3kg 정도 뺐다. 하지만 최근 직장에서 진행한 정기 건강검진에서 ‘영양성 빈혈’ 증세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김 씨는 “건강검진에서 문제가 나온 건 직장생활 기간(4년) 중 처음”이라며 “평소 약간 허기지고 피곤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빈혈 판정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여름철 ‘예쁜 몸매 만들기’를 위한 다이어트 때문에 영양성 빈혈을 경험하는 10, 20대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성 빈혈은 영양 섭취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빈혈이다. 어지러움, 피로감, 창백한 피부 등의 증세가 많이 나타나며 방치할 경우 부정맥과 심부전 같은 심각한 질환도 일으킬 수 있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7, 8월 영양성 빈혈로 병원을 찾은 10대 여성은 최근 5년간 평균 7월 4051명, 8월 4523명으로 평소 2000명대 수준에 비해 급증했다. 같은 기준으로 20대 여성도 7월 4368명, 8월 4278명으로 3000명대 수준인 평소보다 이 기간 환자 수가 크게 늘었다.
영양성 빈혈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본격적인 휴가철인 7, 8월을 앞둔 5, 6월에도 평소보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와 20대 모두 상반기(1∼6월) 중 가장 많은 영양성 빈혈 환자가 발생한 달은 5, 6월이었다. 이 시기부터 이미 무리한 다이어트에 들어가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반면 두 연령대 모두 여름휴가가 마무리되는 9월부터는 다시 환자 수가 줄어든다.
조경삼 심평원 심사위원은 “여름철 다이어트에 들어갈 경우 식사량을 줄이더라도 최대한 균형 잡힌 영양분과 적절한 양을 갖춘 식단을 구성해야 한다”며 “특히 철분, 비타민, 엽산 등의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발생한 영양성 빈혈 환자는 여성 31만1762명, 남성 8만4411명으로 여성이 남성의 약 3.7배였다. 2010∼2013년에도 여성 환자 비율이 남성보다 평균 3∼4배 더 많았다. 이는 여성들이 임신, 출산, 생리 등을 겪기 때문인 것으로 의료계는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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