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독일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한국의 백제역사문화유적지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이 소식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백제의 역사는 678년이나 되는데 500년 가까이 백제의 수도였던 서울의 한성백제역사문화유적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백제는 기원전 18년 현재의 서울인 한강 유역에서 건국했다. 백제는 문주왕 때(475년) 고구려에 밀려 웅진(충남 공주시)으로 수도를 옮겨 고토 회복을 도모하다가 성왕 때(538년) 다시 사비(충남 부여군)로 도읍을 옮겼다. 이번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시의 공산성과 부여군의 관북리 유적, 전북 익산시의 왕궁리 유적 등 총 8곳으로 백제 후기 도읍지 위주의 문화유산이다. 백제의 모태(母胎)인 서울의 한성백제역사유적지구는 빠지고 백제 역사의 절반도 안 되는 기간(185년)의 유산만 백제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된 셈이다.
이처럼 백제의 역사와 문화가 쪼개져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특정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해당 지자체의 문화재를 세계에 알리려는 사업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고대 역사는 한 국가의 역사와 문화이다. 고대 역사를 통합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게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책무다.
2003년에는 북한과 중국이 고구려 유적을 제2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 따로 신청했다가 등재가 보류됐었다. 이후 유네스코가 북한과 중국에 공동 등재를 권유했고 이듬해인 2004년 제28차 총회에서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이 나란히 등재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각각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도 있는 북한과 중국이 고구려 유적을 함께 등재했던 마당에, 하물며 한 나라 안에서 백제의 역사문화 유산이 분할 등재되는 게 타당한가. 백제의 역사문화가 불완전하게 알려질까 우려된다.
서울에는 풍납토성과 몽촌산성(일명 몽촌토성), 아차산성, 석촌동 고분군(백제 왕릉구역), 방이동 고분군과 같은 훌륭한 백제 역사문화 유적이 있다. 특히 풍납토성과 몽촌산성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대형 포장도로’와 수레바퀴 자국이 발견됐다. 이는 그동안 발굴된 백제도로 중 가장 큰 규모다. 2006년에는 풍납토성에서도 도로 유적이 발굴됐다.
이번에 일부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기쁨을 누리기에 앞서 한성백제역사문화 유적도 하루빨리 추가 등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서울시가 한성백제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한성백제유적을 정비하고 있다. 이제라도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와 정부가 보조를 맞춰서 한성백제유적도 추가로 등재될 수 있도록 함께 힘써야 한다. 또 이를 추진할 전담기구를 둬서 한성백제유적의 보존·관리와 연구에도 전력투구했으면 한다. 그렇게 해야 세계인들에게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온전하게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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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4 22:19:59
백제의 수도였던 서울의 문화재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거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