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울고 있는 그리스 노인. 77세의 카지포티아디스 씨. 병을 앓고 있는 부인을 위해 이날 은행 3군데를 돌아다녔는데 연금을 찾지 못했음. 그리고 4번째 은행에서도 인출 실패 그래서 울음을.”
7월 4일 @ried******님이 올린 이 트윗은 8일 현재 5359회 리트윗됐다. 그리스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것이다. 이 같은 상황 묘사가 다소 과장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리스 상황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내몰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집권 시리자당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하고 국민투표에 부쳐 60%가 넘는 압도적인 반대를 이끌어 냈다. 당초 박빙 혹은 찬성 결과를 기대했던 채권국 정상들은 패닉에 빠졌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총리는 애써 “그리스 국민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을 맞은 그리스 재정문제 해법이 그리 쉽게 찾아질 것 같지는 않다.
1일부터 8일까지 트위터, 블로그 등에서 그리스를 언급한 문서는 모두 8만7065건이 검색됐다. 1일 1만9735건으로 고점을 찍은 그리스 키워드 언급량은 국민투표가 부결된 5일 1만4680건, 6일 1만6929건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한국의 누리꾼들도 그리스 사태가 미칠 경제적 파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스 사태를 한국 상황에 빗대 표현한 글들이 많은 인기를 누린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시간당 최저 임금 5580원, 생활비도 못 버는 알바들의 쓰레기봉투 시위, 영수증 처리도 하지 않는 청와대 직원들 특별활동비는 1인당 2700만 원. 몰락의 그리스 길을 따라가고 있다”고 말한 @nesu******님의 트윗은 3097회 퍼져 나갔다.
그리스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1만2567건을 기록한 국민투표가 차지했다. 국민투표 결과가 그리스 문제 해결의 분수령이었다는 뜻이다. 2위에는 1만2348건의 복지가 올랐는데 이는 그리스 재정악화가 과도한 복지 때문이라는 항간의 주장을 비판하는 글이 많이 생산됐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은 트위터에 “디폴트 위기에 빠진 그리스를 두고 그리스가 과도한 복지 때문에 국민들이 나태해져서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하는데요. 남 얘기라고 사정도 알아보지 않고 함부로 말하면 안 됩니다. OECD 주요국 중 노동시간 2위가 한국, 3위가 그리스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1306회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한편 “그리스에서 수영장이 있으면 경제적으로 부유한 층에 속하는데, 수영장에 세금을 매기려고 수영장 있는 사람 신고하라고 했더니 아테네에서 300명 신고했다고 함. 공무원이 구글 어스 돌리니까 1만7000개가 걸렸다고ㅋㅋ 무려 부유층의 98%가 탈세하고 있었음”이라고 적시한 @gumd***님의 트윗은 2023회 리트윗됐다. 과도한 복지 때문이 아니라 부유층의 탈세가 재정악화의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3위는 디폴트가 차지했고(1만1427건), 4위는 유로존(EU 포함해 1만587건), 5위는 8476건의 돈이 차지했다. 뱅크런을 우려한 치프라스 정부가 현금인출기(ATM)에서 하루 인출 한도를 60유로로 제한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돈이 연관어 상위권에 올랐다. 6위부터 10위까지는 은행, 연금, 독일, 대한민국, 망하다 등이 올라 그리스 사태와 채권국, 우리나라의 관련성을 언급한 글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는 사실을 방증했다.
채권단의 요구를 거절한 그리스 국민 앞에는 더 큰 시련이 남아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늦어도 12일까지 자구안을 내놓아야 한다. 채권국 정상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협상을 위해 채권자들의 눈 밖에 난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은 “그들은 나를 만장일치로 증오한다, 나는 그들의 증오를 환영한다”는 루스벨트의 유명한 말을 인용하면서 즉각 사임했다. 협상에 성공하면 유로존에 잔류해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고 협상에 실패하면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그렉시트’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금 인류가 전 세계적으로 맞고 있는 위기에서 구해 줄 해결의 실마리를 줄 것”이라는 치프라스 총리의 호언은 어디까지 유효할까. 그리스는 여전히 살얼음판이고 온 세계가 그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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