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18억 번 40대, 카지노에 빠져 돈 날리고 목숨 끊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0일 17시 39분


주식 투자로 거액을 번 40대가 카지노에서 돈을 날린 뒤 생활고와 지병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일 강원 태백경찰서에 따르면 7일 오전 8시 35분경 태백시 황지동의 한 야산에서 A 씨(42)가 나무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육군 대위 출신의 A 씨는 2000년 전역 후 주식 투자로 번 18억 원을 2003~2009년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탕진했다고 생전에 주위 사람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군 복무시절부터 주식 투자로 고수익을 올렸고, 전역 후 본격적인 주식 투자로 수십억 원을 벌었다”며 “서울에서 태백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들렀던 카지노가 잘 나가던 자신의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렸다”고 말해 왔다.

A 씨는 돈을 탕진한 뒤 청와대에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을 제한하라’는 민원을 제기하는 등 잦은 돌발행동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2010년 1월 서울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흉기로 자신의 손목을 자해했고, 같은 해 3월에는 국회의사당 정문 주변에서 1인 단식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급기야 A 씨는 그해 9월 자신의 트위터 등에 ‘강원랜드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을 제한하지 않으면 대통령을 암살하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살인예비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온라인상에 올린 협박성 글이 살인을 계획한 증거로 인정되지 않아 무죄 선고를 받았다.

또 다른 협박 편지 사건 등으로 구속 수감된 A 씨는 출소 후에도 도박을 끊지 못해 지난해 마카오로 원정 도박을 갔다가 돈을 탕진하기도 했다. 한국에 있는 지인의 도움으로 어렵게 귀국한 A 씨는 올 1월부터 6월까지 월 80여만 원 수입의 공공근로를 하며 생활했다. 그러나 최근 이마저도 일자리가 끊기고 지병이 악화되면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태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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