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98개 중소기업이 채용한 외국인 전문인력 120명에게 체재비 명목으로 22억3000만 원을 지원했다. 중소기업에 정보기술(IT) 전문가나 연구인력으로 입사한 외국인들에게 1인당 1858만 원을 생활비로 지급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청년실업률이 갈수록 치솟는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체재비를 나랏돈으로 지원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만큼 국고 지원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매년 수십조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민간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국고보조사업 가운데 절반 정도만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나랏돈을 낭비하고 있는 나머지 사업들은 폐지하거나 다른 사업에 통합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2015년 국고보조사업 운용평가’에 따르면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평가단은 올해 평가 대상인 국고보조사업 1422개(지원 규모 약 49조 원) 가운데 734개(51.6%)만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판정했다. 나머지 사업들은 민간이나 지자체가 국고 보조 없이 자체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거나 사업 성과가 낮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평가단은 △65개 사업(4.6%)은 즉시 폐지하고 △75개(5.3%)는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275개(19.3%)에 대한 지원은 단계적으로 감축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또 71개(5.0%)는 통폐합하고 202개(14.2%)는 사업 방식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일례로 전북 군산시와 부안군 일대에 있는 새만금방조제 공연 지원 사업은 전형적인 지역 사업이다. 실제 방조제 인근의 상설공연장에서는 연간 150여 차례의 음악공연과 각종 행사가 열리는데 관람객의 60% 이상이 지역 주민이다. 공공서비스 혜택이 일부 지역에 국한되는 만큼 2015년 기준 16억5000만 원에 이르는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단은 분석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한국 음식 관광산업화 사업은 올해 예산 20억 원이 투입될 정도로 비중 있는 국고보조사업이지만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효과가 없다는 게 평가단의 결론이다. 한식 테마거리를 조성하는 등 정부 주도의 음식 홍보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을 많이 유치하려는 취지였지만 관(官) 주도의 마케팅으로 관광객 유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정을 투입하기에는 부적절하지만 지역 주민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사업은 국고 지원을 유지하되 단계적으로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사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실태 조사에서는 현실적으로 수요가 없거나 부대 비용이 더 드는 사업에 나랏돈을 보조해온 사례도 많이 드러났다.
환경부는 환경관리 우수 지자체에 2년에 한 차례 지자체당 1000만 원이 채 안 되는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는 6개 지자체에 5000만 원을 포상했다. 하지만 공무원 월급 등 행정 비용이 5000만 원 안팎인 것으로 나타나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이 될 우려가 크다.
우병렬 기재부 재정관리총괄과장은 “2016년 예산안 편성 때 이번 국고보조사업 평가 결과를 정밀하게 검토해 폐지, 축소 등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는 보조사업 평가와 별개로 보조금 사업자 선정, 보조금 지급, 사후 관리 단계에서 부정 수급 사례가 적지 않다고 보고 전면적인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