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원에 쌍꺼풀·코 성형 효과?

  • 주간동아
  • 입력 2015년 7월 12일 08시 38분


청소년 유혹하는 셀프 성형의 실체…부작용 생겨도 보상 기준 없어


서울 목동에 사는 중학생 신아람(15·가명) 양은 어느 날 아침 한쪽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가려웠던 눈두덩을 만졌더니 모기에 물린 듯 딱딱하게 부어 있었다. 2주 전부터 하루 한 시간씩 착용한 ‘쌍꺼풀 안경’이 떠올랐다. 얇은 플라스틱으로 쌍꺼풀선을 만드는 안경이었다. 신양을 진료한 피부과의원 의사는 “쌍꺼풀 안경 때문에 민감한 피부에 무리가 갔다”며 “사용을 중단하라”고 권했다.

청소년 사이에서 ‘셀프 성형기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성형수술에 관심이 많은 중고교 학생들은 주로 인터넷에서 성형기구를 구매한다. 이름이 ‘성형’기구일 뿐 실제로는 의료기기가 아닌 미용기기다. 기존에는 셀프 성형기구가 쌍꺼풀액, 쌍꺼풀테이프로 한정됐지만 최근 그 종류가 다양해졌다. 쌍꺼풀 안경을 비롯해 콧대 높이기 집게, 콧구멍 안에 넣어 콧날을 세우는 ‘코뽕’, 순간적인 공기 압력으로 입술을 부풀게 하는 ‘립 플럼퍼(lip plumper)’, 얼굴선을 갸름하게 만드는 ‘윤곽 밴드’ 등이 그것이다. 신양은 부작용을 체험하고도 여전히 이런 셀프 성형기구에 관심이 많다.

“보통 쌍꺼풀수술은 100만 원, 코 필러, 입술 필러도 30만~40만 원인데 기구는 저렴하게 사서 평생 쓸 수 있잖아요. 학교 반마다 몇 명씩은 갖고 다녀요. 친구끼리 서로 빌려 쓰기도 하고요. 미용 효과가 있으면 서로 ‘여신 코 됐다’ ‘눈이 예뻐졌다’고 칭찬하니까 당연히 갖고 싶죠.”

셀프 성형기구는 가격이 저렴하다.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 보니 쌍꺼풀 안경, 코 집게, 코뽕은 3000~5000원, 윤곽 밴드는 8000~9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광고 문구는 상당히 유혹적이었다. ‘소개팅 때 코뽕으로 매력지수 up’ ‘매일 10분 착용으로 자연스러운 쌍꺼풀 완성, 쌍꺼풀 두께도 맘대로 조절 가능’ ‘턱살과 볼살을 당겨 V라인 완성’. 해당 쇼핑몰은 ‘성형수술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셀프 성형기구를 써라’며 자사가 유통하는 제품이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잘못 사용하면 ‘피부 괴사’할 수도

셀프 성형기구는 과연 효과적이고 안전할까. 한 미용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쌍꺼풀 안경을 쓴 후 눈이 아프다’ ‘코뽕을 사용한 후 코안이 헐었다’ 등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립 플럼퍼는 아직 국내에 일반화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부작용 사례가 속출하는 모양새다.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검색창에 ‘Lip enhancement gone wrong(입술 확대 잘못됨)’이라고 입력하면 사용자들이 립 플럼퍼를 쓴 후 아파하는 동영상이 수십 개 나온다.

이 기구들은 어떤 형태로 판매되고 있을까. 쌍꺼풀 안경과 코뽕을 구매해봤다. 쌍꺼풀 안경에는 눈두덩에 걸쳐 주름을 만드는 와이어가 부속품으로 제공됐다. 약 0.5mm 두께의 와이어는 넓이와 높이 조절이 가능했다. 제품 설명서에는 ‘나일론 소재의 와이어로 쌍꺼풀 곡선을 트레이닝(훈련)해서 고정한다’고 쓰여 있었다. 해당 제품의 업체 관계자는 “일본 제품을 중국에 위탁해 제조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일본어로 된 광고 문구의 인쇄 상태는 조잡했다. 정품이 아닌 듯했다.

코뽕은 2~3cm 길이의 휘어진 플라스틱으로, ‘사용방법과 주의사항’ 쪽지만 제공될 뿐 제조사 정보나 정확한 소재를 알 수 없었다. 판매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아기 젖병 소재로 만들어 인체에 무해하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해당 제품 업체 관계자는 “탄력 있는 플라스틱 소재로 국내에서 제조했으며 중국산 제품보다 믿고 써도 된다”고 설명했지만, 제품에 ‘made in Korea’라는 문구 자체가 없었다.

이 제품들은 품질보증서가 없으며 사용 시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거의 없었다. 쌍꺼풀 안경은 와이어가 눈을 찌르면 각막이 손상될 수 있고, 와이어 때문에 눈을 계속 뜨고 있는 경우 안구건조증이 오거나 눈이 충혈되기도 한다. 코안 피부는 약한 점막으로 돼 있어 염증이 생기기 쉽다. 하지만 쌍꺼풀 안경에는 한글로 된 주의사항이 전혀 없었고, 코뽕 주의사항에는 ‘착용 중 격렬한 운동을 피하고, 비염이 있으면 사용하지 말 것이며, 인체에 직접 닿는 도구이니 착용이 편안해질 때까지 적응 기간을 둘 것’이라고만 나와 있었다.

이러한 셀프 성형기구는 사용 중 부작용이 생겨도 법적 보상을 받기 힘들다. 이 제품들을 취급하는 업체 두 군데에 “눈이나 코에 상처가 났을 때 보상받을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한 업체는 “아직 회사 차원에서 피해 사례를 접수한 적이 없어 보상 기준을 세워놓지 않았다”고 했고, 다른 업체는 “작게 운영하는 회사라 따로 보상 규정이 없다. 소비자가 무리하게 착용해서 생긴 문제라면 소비자 과실도 있지 않겠는가”라고만 답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셀프 성형기구에 대한 피해 사례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지만, 피부가 찢어지는 등 극단적 사례가 아니면 법적 보상을 받기 힘들 것”이라며 “소비자 피해가 셀프 성형기구 때문인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인지 입증하는 일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피해 사례에도 단속 없어

의사들은 셀프 성형기구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김세희 세진피부과의원 원장(피부과 전문의)은 “코안은 많은 혈관이 지나가고 촉촉한 부분이라 염증이 생기기 쉽다. 이런 민감한 부분을 플라스틱 재질의 기구가 지속적으로 압박하면 혈액순환장애, 감염, 상처가 발생할 수 있고 심한 경우 피부 괴사(壞死·생체 조직 일부나 세포가 죽음)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김 원장은 “청소년기 같은 성장기에 골격이나 연조직에 외부의 힘이 지속적으로 작용하면 일시적으로 모양이 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셀프 성형기구는 항상 착용하는 것이 불가능해 지속적인 외력으로 인한 변형이 어렵다”면서 “무엇보다 공인된 의료기기가 아니고 안전성 여부 또한 불확실하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셀프 성형기구들을 단속할 법적 근거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아직 셀프 성형기구를 단속할 근거는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단 미용기구인데 의학적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 점이 검증되면 단속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셀프 성형기구를 꾸준히 사용하면 과연 성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유종호 차앤유클리닉 대표원장은 “10대 때 얼굴을 자꾸 만져주면 모양을 변형할 수 있다는 통념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사춘기 때는 피부 탄력과 복원력이 뛰어나다. 따라서 셀프 성형기구로 인한 효과는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힘들다. 어설프게 사용하느니 전문의의 의견을 참고해 제대로 성형수술을 받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996호에 실린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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