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흙을 하얗게? 토양 속 오염물질 완전 정화 기술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2일 13시 43분


석유에 찌든 듯한 검은 흙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길쭉한 기기에 들어가더니 5분 뒤 새하얀 흙이 돼 밖으로 나왔다. 10일 오전 경기 의왕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열린 기술 시연회 현장. 고태훈 박사팀은 오염된 토양을 되살려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공개하며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마술’ 같은 광경을 선보였다.

고 박사팀이 검은 흙을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마이크로파’다. 마이크로파가 발열체를 거치면 600~700도의 고온이 발생한다. 이 열로 흙에 흡착된 기름을 기체로 날려버리는 식이다. 고 박사는 “마이크로파로 열을 내는 것은 전자레인지에서 음식을 데울 때를 떠올리면 쉽다”고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기존에도 고온의 열로 흙의 기름때를 벗겨내는 기술은 있었다. 이때는 열을 내기 위해서는 버너에 불을 붙여 가열하는 방식을 썼다. 이 방법은 에너지가 많이 들어 정화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다. 흙 1t을 정화하기 위해 드는 에너지 비용은 8만~9만 원 정도. 반면 고 박사가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면 에너지 비용은 흙 1t당 1만 3000원~2만 6000원 정도로 70% 정도 절감할 수 있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기존 방법의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고 박사팀이 개발한 기술은 토양 속 오염물질을 99% 이상 제거할 정도로 효율이 높다. 또 휘발유, 경유, 등유 등 모든 유류 오염물질을 정화시킬 수 있어 철도부지 등 교통관련 시설지역과 군부대 이전지역 등 다양한 토양정화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환 철도기술연구원장은 “마이크로파를 활용한 유류오염 토양 정화기술은 경제성이 있는데다 기술 경쟁력도 우수해 국내외 유류오염 토양 정화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용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기자 vam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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