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장 돌며, 카메라 메고 유유히…200회 걸쳐 3억 상당 ‘슬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3일 13시 59분


지난달 6일 ‘2015 귀농귀촌·농식품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SETEC 전시장. 이모 씨(60)는 관람객에게 사진을 찍어주는 부스를 찾았다. 마침 부스 담당자들은 점심 식사를 하러 자리를 비운 참이었다.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이 씨는 마치 사진작가처럼 부스에 놓여진 카메라와 각종 장비를 만지작거리다가 어깨에 카메라를 둘러메고 유유히 전시장을 빠져나갔다.

경찰은 전시장 안팎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이 씨가 서울 광진구 강변역로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부산 해운대행 고속버스에 오른 것을 확인했다. 이후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00㎞ 거리의 고속도로, 터미널 등에 있는 CCTV 영상을 분석해 3일 이 씨를 부산 해운대구 자택 부근에서 검거했다.

이 씨는 절도 등 전과 10범으로 아내와 함께 부산에서 김밥, 붕어빵 장사 등을 하다 아내가 난치병에 걸려 일을 못하게 되자 치킨 배달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다 2008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박람회장에서 우연히 카메라를 훔친 뒤 최근까지 서울 경기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박람회장을 다니며 범행을 저질러왔다.

경찰에 따르면 그동안 이 씨는 200여 회에 걸쳐 3억 원 상당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훔친 카메라와 부품을 해체해 다시 조립해 장물업자들에게 판매해왔다”며 “현재 물품을 사들인 장물업자를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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