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까지 상품화…” 인천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체험관’ 추진계획 무산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3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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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가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에 추진하던 쪽방촌 체험관 설립 계획이 무산됐다.

인천 동구의회 복지환경도시위원회는 13일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구가 제출한 ‘인천시 동구 옛 생활 체험관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상임 위원들은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했다”고 판단해 관련 조례안을 부결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례안은 상임위에서 부결되면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동구 관계자는 “언론의 집중 조명되기 전까지는 상임위는 물론 본회의 통과가 낙관됐는데 전국적인 논란거리가 되면서 상임위원들이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구는 지난달 중순 ‘인천시 동구 옛 생활 체험관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구는 괭이부리마을에 옛 생활 체험관 설치를 추진해 왔다. 2층짜리 빈 주택을 1960~70년대 생활공간으로 꾸며 자녀를 동반한 가족을 대상으로 참가비 1만 원을 받고 체험관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흑백 TV, 요강, 재봉틀, 다듬이 등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품을 체험관에 갖춰 놓을 구상도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주민 160여 명은 8일 “가난을 상품화 하지 말라”며 구와 구의회에 체험관 건립 반대 서명서를 제출했다.

인천 괭이부리마을은 김중미 작가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곳으로 6·25한국 전쟁 직후부터 낡고 허름한 판잣집이 모여 형성된 쪽방촌이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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