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 씨(36)는 이달 초 이색 휴가를 보내기 위해 호텔이나 펜션 대신 숙박 공유 중개 사이트 ‘에어비앤비’를 통해 제주도의 한 단독주택을 8일 동안 빌렸다. 이후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숙박 6일 전 예약을 취소했지만 이미 입금한 200만 원 중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에어비앤비 환불 규정에 따르면 숙박 7일 전이 지난 뒤 예약을 취소하면 환불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숙박 하루 전 예약을 취소해도 일정 금액을 환불해 주는 호텔과 비교하면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규정”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숙박 공유 중개 사이트의 환불 정책이 소비자들을 ‘호갱님’(호구+고객을 지칭하는 속어)으로 만들고 있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숙박 공유 중개 사이트는 빈방을 빌려주려는 집주인(호스트)과 여행객을 중개해 주는 온라인 서비스로 천편일률적인 숙소 대신 현지인의 삶을 직접 체험하려는 여행객 수요가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 설립된 에어비앤비는 현재 190개국에 진출한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중개 사이트다. 관련 업계에서는 에어비앤비의 국내 숙박 공유 중개업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2013년 1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에어비앤비에는 현재 1000개 이상의 방이 등록돼 있다.
문제는 에어비앤비 환불 규정이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점이다. 에어비앤비 환불 규정은 △엄격(체크인 7일 전 취소 시 50% 환불) △보통(체크인 5일 전 취소 시 100% 환불) △유연(체크인 하루 전 취소 시 100% 환불) 등 3가지 중 하나를 호스트가 선택할 수 있게 한다. 호스트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지만 호스트 대부분이 예약 취소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엄격’을 선택하고 있다. 또 소비자가 에어비앤비에 내는 수수료(결제 금액의 6∼12%)는 어떠한 경우에도 환불되지 않는다. 사실상 환불 규정 자체가 소비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숙박 공유 중개 사이트의 환불 규정에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호텔, 펜션 등 기존 숙박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따르고 있어 소비자가 체크인 하루 전에 예약을 취소해도 숙박요금의 20%를 돌려받을 수 있다. 10일 전에 취소하면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하지만 관계 당국은 “아직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직접 숙박업을 하지 않는 숙박 공유 중개 사이트에는 기존 숙박업을 규제하는 관광진흥법, 공중위생관리법 등 현행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숙박업소를 점검해 불법 사항을 적발하는 것 외에는 에어비앤비의 영업을 직접 규제할 수단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숙박 공유 중개 사이트는 기존에 없던 사업 모델이라 아직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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