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의 상영을 위해 인천 연평도 인조잔디 운동장에 설치했던 대형 스크린. 인천 옹진군 제공
영화 ‘연평해전’이 정작 실제 전투 현장이자 영화 제작 무대였던 인천 연평도에서는 상영되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현장 촬영 때 연평도 주민 협조에 힘입은 영화제작사는 연평도 야외상영을 위한 스크린 설비 공사까지 마쳤다. 하지만 배급사가 영화 공급을 거부해 무료 상영이 무산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4000여 명의 섬 주민과 주둔 장병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관람객 400만 명을 돌파한 연평해전 제작사인 로제타시네마는 이달 초 중장비를 동원해 인조잔디가 깔린 연평도 종합운동장에 대형 스크린 설치 작업을 마치고 10∼12일 연평도에서 근무하는 해병대원, 주민들을 초청해 무료로 상영할 계획이었다. 스크린을 지지해주는 철재는 군부대에서 제공했다. 김원호 연평도 부면장은 “연평해전이 예정대로 상영됐다면 주민과 군 장병 대부분이 관람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흥행 가도를 달리는 이 영화 배급사 ‘뉴’ 측은 무단 복제가 우려된다며 연평도 야외 무료 상영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배를 타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영화 한 편을 보려면 최소 2박 3일을 잡아야 한다. 우리 동네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주민 불만이 커지자 배급사 측은 영화의 개봉관 상영이 끝나는 이달 말쯤 연평도 무료 상영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평해전은 한국의 첫 월드컵 4강전이 열린 2002년 6월 29일 연평도 근해 북방한계선에서 일어난 제2 연평해전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이 영화가 2013년 여름 연평도 해상에서 촬영될 때 연평도 주민들이 어선 등을 지원했고, 부녀회에서는 바자회를 열어 제작비를 모으기도 했다. 연평도 어민들은 제2 연평해전 때도 어선으로 부상병을 이송했다.
조윤길 옹진군수는 2013년 8월 관내 17개 사회단체, 통합방위협의회, 군청 직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둔 3600여만 원의 후원금을 제작사 대표에게 전달했었다. 조 군수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 간담회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해 국군 장병의 사기를 북돋아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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