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조명도 심야엔 잠자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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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주제는 ‘절전’]<132>영업 끝나도 불야성

간판 조명을 밤새 밝히고 있는 서울 마포구 신촌로의 한 빌딩.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간판 조명을 밤새 밝히고 있는 서울 마포구 신촌로의 한 빌딩.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13일 오후 11시경 서울 마포구 신촌로의 한 빌딩.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간판 27개가 일제히 조명을 밝히고 있었다. 영업시간이 끝났는데도 홍보 효과를 노리고 밤새도록 간판을 켜둔 것이다. 심야시간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면 불필요하게 조명을 밝히고 있는 간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게 내부 진열장의 조명을 켜둔 상점들도 적지 않다.

서울시가 2013년 5, 6월 25개 자치구의 상가 밀집지역에서 광고용 조명에너지 낭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점 1만3987곳이 불필요한 조명을 켜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 사이 야간영업을 하지 않으면서 간판이나 조명을 켜둔 곳이 4440곳이었다. 햇빛이 밝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 간판이나 조명을 켜둔 가게도 9547곳이나 됐다. 서울시가 적발된 상점들을 대상으로 소등 캠페인을 벌인 뒤 다시 찾아갔을 때에도 이들 중 63.8%(8922곳)가 계속 불필요한 조명을 켜두고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가로 1m, 세로 4m 크기의 형광등 간판 1개를 한 시간 동안 켜두면 902W의 전기가 소모된다. 하루 6시간씩 1년이면 1975kWh를 쓰는 셈이다. 서울지역 표본가구의 월평균 전력사용량이 315kWh라는 점을 감안하면 6가구가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같은 크기의 네온 간판은 시간당 전력소모량이 1.7kW로 훨씬 더 많았다. 다만 LED 간판은 237W로 형광등의 3분의 1이 안되는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야간에 켜둔 간판은 ‘빛 공해’로 인체에도 해를 준다고 말한다. 빛 공해는 성장을 돕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의 생성을 억제해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동식물의 생장과 번식을 방해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등 환경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꼭 필요한 간판만 켜두되 형광등이나 네온 간판을 LED로 바꾸는 것도 전기를 절약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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