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초등교 교문 앞 공사장 출입로 ‘아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5일 03시 00분


서울 동신초교 학생들, 레미콘-트럭 뚫고 1년 넘게 위험한 등하교

14일 서울 성북구 동신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길을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다. 공사 차량이 수시로 오가지만 안전대책이 없어 학부모와 아이들은 항의 표시로 교문 앞 나무에 빨간색 리본을 걸어 놨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4일 서울 성북구 동신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길을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다. 공사 차량이 수시로 오가지만 안전대책이 없어 학부모와 아이들은 항의 표시로 교문 앞 나무에 빨간색 리본을 걸어 놨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9일 오후 서울 성북구 보문사길 동신초등학교 정문 앞. 수업을 마치고 나온 어린이들이 학교 밖으로 몰려나왔다. 아이들은 장난을 치며 인도 위를 뛰거나 바로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아이들이 건너고 신호가 바뀌자마자 레미콘 차량들이 굉음을 내며 줄지어 도로 위를 달렸다. 교문에서 약 20m, 횡단보도 끝에서 불과 10m가량 떨어진 공사 현장을 오가는 차량들이었다. 공사차량 3, 4대가 한꺼번에 몰리기라도 하면 아이들을 태우러 온 학원차량과 뒤엉켜 학교 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동신초교 학생 400여 명은 1년 넘게 이처럼 위험천만한 등하교를 감수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보문3구역 재개발(1186채) 공사가 시작되고 학교 앞에 공사차량 진·출입로가 생긴 탓이다. 공사는 2017년 1월 완공 예정으로 현재 터파기 작업이 한창이다. 진·출입로는 모두 2곳이지만 대부분의 차량은 도로와 붙은 이곳을 이용한다.

이곳은 제한속도가 시속 30km인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경사가 가파르고 S자 형태로 구부러진 도로라 평소에도 사고 위험이 높은 곳이다. 여기에 각종 건설자재를 실은 대형 화물차와 레미콘 차량까지 드나들자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학부모와 학교 측은 여러 차례 “아이들의 통행이 적은 쪽으로 진·출입로를 이전해 달라”고 성북구와 시공사에 요청했다. 그러나 번번이 ‘불가’ 통보를 받았다. 급기야 아이들은 학교 정문 앞 나무에 ‘아저씨, 너무 위험해요’ ‘시끄러워 공부를 할 수 없어요’라는 글이 적힌 빨간색 ‘희망 리본’ 300여 개를 달았다. 학부모 이모 씨(43)는 “우리도 나중에 이 아파트에 입주할 사람들”이라며 “공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을 위한 안전조치만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청이나 시공사 측이 근본적인 대책 없이 소극적으로만 대응하는 것 같다”고 격분했다.

성북구는 “권한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성북구 관계자는 “진·출입로 폐쇄 여부는 구청에 권한이 없고 조합이나 시공사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민원이 제기됐으니 협의는 하겠지만 무조건 폐쇄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시공사 관계자는 “학교 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진·출입로를 만들려고 했지만 공사장 구조 때문에 어려웠다”며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도록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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