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대 게임학과, ‘디지털 콘텐츠’시대 이끌 ‘기능성’인재들이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5일 1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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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대 게임학과 마로동아리 학생들이 방학 중에도 학교에서 숙식을 하며 게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방학중 게임 개발은 이 학과가 생긴이래 계속되오는 전통으로 호서대 게임학과를 ‘게임의 메카’로 만든 동력 중 하나였다. 호서대 제공
호서대 게임학과 마로동아리 학생들이 방학 중에도 학교에서 숙식을 하며 게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방학중 게임 개발은 이 학과가 생긴이래 계속되오는 전통으로 호서대 게임학과를 ‘게임의 메카’로 만든 동력 중 하나였다. 호서대 제공


“‘2.5 등신’이 좋겠다”
“그래? 그건 너무 머리가 크지 않냐?”
“아냐…함 해봐…”
여름방학이 한창인 7월 10일 충남 아산시 호서대학교 공학관 225 강의실에서 게임학과 1학년 김용진 씨와 이현민 씨가 나눈 대화다. 이들은 ‘벌룬 러너’라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플레이어의 눈길을 끌기 위해 캐릭터의 머리 부분을 아예 크게 만들자는 의견을 주고받았다. 김 씨는 의견이 나오자 캐릭터의 머리를 크게 그리기 시작했다. 김 씨와 이 씨는 게임학과 전공동아리 ‘버그 소프트’의 회원으로 4명의 팀원들과 함께 방학 시작과 동시에 게임 개발에 들어갔다.

강의실에는 이들 말고도 15명의 동아리 회원들이 게임 개발에 열중하고 있었다. 냉방이 잘 된 강의실이었지만 수 십대의 컴퓨터와 학생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강의실안은 ‘후끈’했다. 학생들은 반바지와 슬리퍼 등 편안한 차림으로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며 바삐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주위에는 간식거리들도 놓여있었다. 강의실 중앙 칠판에는 ‘버그 소프트 파이팅’, ‘좋은 작품 기대합니다’란 글씨가, 양 옆 작은 칠판에는 ‘출근 9시, 이름만 퇴근 6시 진짜 퇴근 10시’, ‘지각비 1000원, 지각 비 5분 넘을 때 마다 +1000’ 등 학생들의 각오를 보여주는 문구가 보였다.

김경식 호서대 게임학과 교수는 3개의 동아리가 게임 개발 중인 강의실들을 안내하며 “방학 내내 집에 가지 않고 게임 개발에 열중하는 학생들이 재학생 270명 중 90명 가까이 되는데 호서대 게임학과를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학 중 게임개발은 18년간 계속되는 전통인데 11개 동아리 학생들은 밤낮을 잊은 게임 개발로 지금까지 각종 경진대회에서 100여 건이나 상을 탔다”고 학과의 성과를 자랑했다.

호서대 게임학과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1997년에 문을 열었다. 게임학과가 문을 열수 있었던 것은 호서대의 벤처정신 덕분이다. 호서대 아산 캠퍼스 중앙에는 호서대 학생들이 ‘된다 바위’로 부르는 가로 5m 세로3m 크기의 바위가 있는데 바위에는 호서대 강석규 창립자(현 명예총장)가 쓴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김경식 교수는 “게임학과는 서울공대 컴퓨터공학과에서 우리대학 전자공학과로 옮긴 황희융 교수님이 강석규 당시 총장께 건의해 만든 것”이라며 “‘된다 바위’에 적혀있는 정신과 게임 개발은 서로 통하는 면이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학에 게임학과가 필요한 이유를 “좋은 게임을 만들려면 대학이 갖고 있는 학문간의 융복합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서대 게임학과는 ‘게임학과의 산실’이라는 명성에 걸 맞는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게임의 3대요소인 기획, 그래픽, 프로그래밍 트랙은 한 과목을 3개의 분반 운영을 통해 역량을 극대화한다”고 말했다. 게임 기획 트랙에서는 게임 스토리 구성과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움직이게 하는가, 이벤트를 어떻게 설정하는가 등을 배운다. 그래픽 트랙에서는 기획한 스토리에 필요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배우고, 프로그래밍 트랙에서는 스토리와 그림들을 컴퓨터상에서 키보드 혹은 마우스를 통해 동작하게 만드는 프로그래밍 능력을 배운다. 3개 트랙은 매학기에 1학년은 2개 전공과목을, 2~4학년은 3~4개의 전공과목을 이수하게끔 짜여있다.
김 교수는 “게임은 멀티미디어 분야의 최고봉에 올라있는 디지털 컨텐츠의 꽃이다. 좋은 게임을 만들려면 디지털 스토리텔링, 소프트엔지니어링, 컴퓨터 공학분야에 능통해야할 뿐 아니라 심리학, 영상미학, 놀이이론 등 인문학 관련 과목이 중요하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문학+디지털공학’으로 무장한 학생들은 팀 단위로 게임을 개발하는 훈련을 받는다. 이는 협동심과 소통능력도 게임 개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 곽창건 씨(3학년)는 팀 단위 게임 개발에 대해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인프라다. 열심히 하는 팀원들과 피드백과 좋은 기운을 주고 받는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학과는 게임작품으로 졸업논문을 대신하는데 한 해 10여명가량이 게임을 만들지 못해 졸업을 못할 만큼 게임 개발 능력을 중시한다. 장희동 교수는 하도 게임 심사에 깐깐해 학생들에게 ‘저승사자’라고 불린다고.

호서대 게임학과 1학년 학생들이 ‘드로잉실습1’ 과목에서 드로잉 실습을 하고 있다. 학과는 게임의 3대 요소인 그래픽 능력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드로잉 과목을 정규교과목에 편성했다. 학생들은 컴퓨터 모델링을 하기 전에 화판으로 직접 드로잉을한 경험이 게임에 필요한 캐릭터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호서대 제공
호서대 게임학과 1학년 학생들이 ‘드로잉실습1’ 과목에서 드로잉 실습을 하고 있다. 학과는 게임의 3대 요소인 그래픽 능력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드로잉 과목을 정규교과목에 편성했다. 학생들은 컴퓨터 모델링을 하기 전에 화판으로 직접 드로잉을한 경험이 게임에 필요한 캐릭터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호서대 제공
게임개발 전문가를 양성하는 6명의 교수진은 기획, 프로그래밍, 그래픽 전담 교수가 골고루 포진돼 있다. 이들은 매년 SCI급 저널에 1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할 만큼 해당 분야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게임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김경식 교수는 서울공대 컴퓨터 공학과 출신으로 호서대 게임학과를 ‘게임산실의 메카’로 만든 수훈갑이자, 한국의 1세대 게임학자다.

김 교수는 게임의 미래는 밝다고 진단한다. 이유는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중심의 디지털 콘텐츠시대에서 게임은 문화·사회·산업적으로 핵심적인 대중 미디어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게임시장의 규모도 크다. 2014년 기준 전 세계 게임시장은 약 91조 원이고 국내 게임시장은 2013년 기준 9조원을 넘는다. 이 중 온라인 게임이 5조4000억원에 달하는데 수출 액수가 30억불을 넘으며 해마다 15~20%씩 성장하고 있다(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개발백서).
문제는 게임의 중독 등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 정부가 2014년 게임을 4대 사회악 중 하나로 규정하자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주춤하고 있다. 그 여파로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이 2014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정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과거 세계 최고의 온라인게임 수출국이었던 한국 게임산업은 그 자리를 중국에 넘겨줬고 중국은 한국 게임 개발자들을 속속 데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텔레비전도 과거에 바보상자라고 걱정했지만 유익한 프로그램을 선별적으로 잘 이용하면 오히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며 “게임도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 ‘기능성 게임’ 개발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능성 게임’이란 현실에서 일어날 상황을 가상으로 체험하거나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개발된 게임으로 건강, 치료, 교육 등의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기능성 게임의 국내 시장 규모는 2000억 정도지만 해마다 10~15% 늘어나고 있어 2020년이 되면 3000억 이상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능성 게임 개발이 많아지고 활용이 늘어난다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과도 게임산업의 새로운 트렌드인 기능성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교수가 6년여의 개발 끝에 만든 노인 대상 ‘팔도강산’과 박 성준 교수가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든 ‘젊어지는 마을’이 학과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기능성 게임. ‘팔도강산’은 올 해 안에 충남 아산시 노인종합복지관에 설치돼 노인들의 건강 증진을 도울 예정이고 ‘젊어지는 마을’은 2011년부터 서울시가 지정한 25곳의 복지관내 데이케어센터에 설치돼 있다. 김희범 씨(3학년)는 “게임이 영화처럼 문화의 한 장르로 정착되려면 플레이어에게 감동을 주고 플레이어 간의 소통을 도와주어야 하는데, 앞으로 그런 기능성 게임을 만드는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게임학과는 2014년 유아교육학과 청소년문화상담학과 사회복지학과 노인복지학과 등과 함께 ‘놀이여가 휴먼서비스’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학과는 이를 통해 기능성 게임을 만드는데 필요한 학문적 이해와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학교는 사업단의 가능성을 인정해 해마다 1억2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고 사업단은 5개학과의 팀 티칭 등 융복합 학제를 바탕으로 교육부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CK-1)에도 도전장을 낼 예정이다.
학과의 2015년 2월 현재 취업률은 68.8%. 졸업생들은 엔씨소프트, 블루홀스튜디오, 넥스토리 등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회사에 취업하거나 프리랜서 게임 개발자로 활약 중이다. 학과는 기능성 게임에 특화된 교육을 통해 향후 2~3년 안에 취업률을 80% 정도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 교수는 “게임은 명멸하지만 게임 개발자는 영원하다. 융합 마인드가 있는 인재가 들어와 게임을 통해 우리 사회가 소통하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과의 2014년 교내의 장학금 지급률은 43%, 평균액수는 약361만원으로 매우 높다. 입학정원은 60명이고 이중 44명을 수시로, 16명을 정시로 선발한다. 수시합격자의 학생부 평균은 4.27 등급이고 정시합격자 수능 평균은 백분위로 67.79점이다. 면접을 보는 학생은 포트폴리오를 가져오는 것이 좋다.

아산=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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