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주호(가명·42) 씨는 178cm에 100kg이 넘는 초고도비만자다. 그동안 비만으로 각종 합병증을 앓았던 그는 “당뇨병 초기부터 제대로 관리하고 싶다”며 동아일보의 문을 두드렸다.
본보 건강리디자인팀은 당뇨병 전문 클리닉을 갖추고 매주 당뇨병 음식 교육을 하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의료진과 함께 김 씨의 상태를 살펴봤다.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주치의로 참여했으며, 영양분석팀과 운동처방팀이 생활습관 개선안을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분석 결과 당뇨병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당화혈색소’ 수치를 보면 일반인의 기준인 6.5%보다 높은 7.7%를 가리키고 있었다. 당뇨병 초기에 해당됐다. 나이를 감안하면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보다 일찍 당뇨병이 나타난 셈이다.
○ 건강 위한 모래주머니? NO
김 씨가 처음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것은 2004년. 하지만 이후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불규칙하게 약을 복용하면서 병이 악화됐다. 여기에 혈관에 쌓인 찌꺼기들로 인해 혈관 두께가 증가하는 ‘동맥경화반’도 관찰됐다.
이 교수는 “동맥경화반이 있다는 것은 당뇨병의 가장 중요한 합병증인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높다는 뜻”이라며 “합병증을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씨에게 제일 급한 것은 체중 조절”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살을 빼기 위해 지난해부터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다녔다. 한쪽에 2kg이 넘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걸어 다니면서 근력을 늘릴 계획이었다. 김 씨는 “약 석 달간 이런 방식으로 걸어 다니다 무릎이 아파 포기했다”고 말했다.
운동처방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김 씨처럼 과체중인 사람이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것은 관절에 큰 무리가 가는 행동이다. 게다가 운동하기 전후에 스트레칭을 하지 않아 몸에 피로감만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의료진은 이렇게 무리한 운동 대신 김 씨의 생활공간인 연구실의 ‘집기’를 이용한 가벼운 운동을 추천했다.
허벅지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허리, 등, 엉덩이를 벽에 대고 발을 그보다 50cm 앞에 둔 채 선다. 이 상태로 무릎을 굽혀 직각을 만든 뒤 10초간 버틴다. 단, 이때 무릎 끝이 발끝보다 앞으로 나가지 않게 주의한다. 같은 동작을 2, 3회 반복하면 근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 일종의 스쿼트 운동법이다. 의료진은 이 외에 복사용지 한 묶음을 바닥에 두고 발바닥의 절반만 올려 둔 채 뒤꿈치를 올리고 내리는 동작을 통한 종아리 근력 강화 방법도 추천했다.
○ 식이 조절 분석해 보니 ‘슈거보이’
“다이어트는 운동이 20%, 음식 조절이 80%”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체중 조절을 할 때 음식을 절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본보 건강리디자인팀은 4월 마지막 일주일간 김 씨가 하루 내내 먹는 음식과 그 총량을 기록해 서울성모병원 영양분석팀에 분석을 의뢰했다. 김 씨는 평소 “I have a sugar tooth(나는 단것을 좋아해)”라는 말을 농담처럼 던지곤 했다. 조사 결과 그는 매일같이 케이크와 단 커피를 디저트로 해결하는 ‘슈거보이’였다.
그의 식단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고열량인 음식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먹는 양 자체가 많은 게 문제다.
조사 기간 중 하루(5월 3일) 섭취한 총열량이 3885Cal에 육박하기도 했다. 조사를 의식해서인지 첫날에는 1772Cal였지만 이후에는 매일 하루 칼로리 섭취량이 2300Cal(성인 남성 평균 칼로리 섭취량)를 넘었다.
영양분석팀은 “거의 매일 고기, 회 등 맛 좋은 육류와 어류를 찾는 미식가”라면서 “디저트만 빼도 500Cal 가까이 줄일 수 있다”며 디저트 금지령을 내렸다. 또한 당뇨병 음식 교육을 통해 김 씨에게 적절한 음식을 처방해 줬다. 김 씨의 경우 혈관에 쌓인 찌꺼기가 많아 동맥경화 초기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기름기를 최대한 먹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 씨는 혈관 초음파 사진을 보여 주던 의료진에게 “혹시 지금 쌓여 있는 찌꺼기들도 음식 조절이나 운동으로 제거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의료진은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운동하고 음식을 조절하면 혈관 건강이 많이 좋아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것은 본인 의지”라고 말했다.
○ 분산된 주치의 하나로 통합
김 씨의 독특한 문제점 중 하나는 자신의 질환을 관리하는 주치의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것.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이 발생한 경우에는 한 병원에서 꾸준히 합병증 발병 등 몸 상태를 체크하며 관리를 받아야 하는데도 질병마다 다른 병원을 찾았던 것이다.
아플 때는 집에서 가까운 서울 강남구의 한 대학병원을 찾기도 하고, 체중 조절을 위해 받은 다이어트 시술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동네 내과를 찾는다. 또 비염 치료를 받았던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을 찾는 날도 있다. 당뇨병 환자는 이렇게 흩어진 여러 병원에서 관리 받을 경우 종합적인 치료가 어려워 합병증을 조기에 예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교수는 “당뇨병은 합병증이 무서운 병이기 때문에 주치의 한 명과 꾸준하게 총체적인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며 “40대인 김 씨도 가까운 병원에 주치의를 두고 분산된 병원 기록을 한곳으로 통합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주치의 한마디]부모 모두 당뇨땐 자녀가 걸릴 확률 40~70% ▼
김주호(가명) 씨는 3대째 이어져 오는 당뇨병 가족력을 가진 환자다. 식습관 변화로 인해 최근 당뇨병 발병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인데, 김 씨도 가족력인 당뇨병이 비교적 빨리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부모 중 한 명이 당뇨병일 때 자녀의 당뇨병 가능성은 10∼40%, 만일 부모가 모두 당뇨병이라면 40∼70%로 높아진다.
주요한 것은 당뇨병 발생에 ‘유전적 요인’은 중요한 위험인자라는 것이다. 특히 당뇨병은 식습관과 생활습관의 영향도 많이 받는 질환이므로, 유전적으로 체질을 물려받고 생활습관까지 공유하게 된 자식 세대 역시 비슷한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가족 중에 당뇨병 환자가 있다면 일찍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김 씨는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능력은 다행히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비만과 생활습관의 문제로 인해 인슐린 저항이 높은 상태다. 약은 이를 조절하는 것을 목적으로 처방했다.
이 환자가 주의해야 할 것은 합병증이다. 김 씨의 경동맥 초음파 검사 결과 혈관의 내중막 두께가 증가되는 ‘동맥경화반’이 관찰됐는데 당뇨병의 중요한 합병증인 심뇌혈관 질환 위험도가 그만큼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김 씨가 주의할 것은 무엇보다 ‘식습관’이다. 일반적으로 체중의 5∼7%정도만 감량해도 몸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체중 감량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지 말고 무게의 5%만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조절해야 한다. 김 씨의 경우, 일주일 생활하는 동안 술자리가 잦고 음주량도 많은 편이었다. 체중을 조절하는 기간에는 금주할 것을 권한다.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의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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