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밤엔 추운데 앞으로 캠퍼들은 전부 특수요원이 돼야겠네요.” “따뜻한 전기요 쓰고 싶으면 돈 내고 사업자가 운영하는 곳에만 가라는 건가요?”
3월 인천 강화도 캠핑장 화재로 5명이 숨진 이후 정부가 안전대책을 내놓았지만 국민신문고에는 이 같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안전한 캠핑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캠핑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심지어 불법을 조장하는 법안이 아니냐는 지적들이다.
캠핑업계와 캠핑족들이 이런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상대는 바로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입법 예고한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이다. 개정안은 고정식 천막을 쓰는 글램핑과 차량형 시설을 이용하는 카라반에 소화기 누전차단기 연기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 캠핑장마다 조명과 긴급방송시설, 폐쇄회로(CC)TV도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캠핑족이 많이 쓰는 이동식 텐트 안에서 화기는 물론이고 전기기기도 쓸 수 없다고 명시하면서 캠핑족 사이에서 ‘캠통법’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휴대전화 보조금을 축소시켰다며 일각에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과 비슷하다는 비아냥거림이다.
실제로 대전지역에 살면서 가족들과 매주 캠핑을 다닌다는 석진호 씨(37)는 “여름 두 달을 제외하면 전기장판 없이 캠핑하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다니는 캠퍼 스스로 안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개정안은 캠프 자체를 막으려는 것 같아 황당하다는 의견이다.
업계에서는 개정안이 5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캠핑족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중랑구 중랑가족캠핑장 강용길 과장(55)은 “가족단위 초보 캠핑족이 주로 찾는 편인데 방한장비가 없는 분들은 법이 통과되면 아마 발길을 끊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기사용량을 규제하면서 안전하게 쓰도록 하는 것 같은 대안을 찾지 않고 무조건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나친 규제가 결국 불법만 조장하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킬 수 없는 기준을 담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허수아비법’이 되고 캠핑족들은 건전한 여가를 즐기면서도 불법을 저지르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정안 통과를 막으려 지난달 대한캠핑협회 등을 중심으로 마련된 비상대책위원회의 남궁충열 대표는 “평범한 시민이 한순간에 ‘탈법 캠프족’이 되고 전기 사용이 가능한 불법시설물을 찾아가는 풍선효과까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최근 문화부에 개정안이 ‘야영금지법’과 다름없다는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은 다음 달 4일 시행될 예정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최근 공청회 등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며 “시민들의 지적과 업계의 상황 등을 면밀히 고려해 최종적으로 내용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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