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송정떡갈비 거리. 고속철도(KTX) 호남선 광주송정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이곳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2시에도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 거리에는 떡갈비 음식점 12곳이 성업 중이다. 최영환 송정리향토떡갈비협회 총무(61)는 “6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손님이 줄긴 했지만 KTX 개통 후 방문객이 전체적으로 20%가량 늘었다”며 “떡갈비집뿐만 아니라 다른 식당과 커피전문점들도 매출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달 10일로 개통 100일을 맞은 KTX 호남선의 경제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나타나고 있다. 서울∼지방 철도가 개통된 뒤 자주 나타나는 이른바 ‘빨대 효과’(지역의 인구, 자본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 대신 광주, 전남으로 향하는 수도권 방문객이 늘고 이들의 지출도 늘면서 KTX 호남선이 지역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 KTX 호남선, 지역경제에 ‘효자’
광주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서구 상무지구. 이곳에 있는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은 주말이면 120개 객실 중 10여 개를 빼고 손님들로 가득 찬다. 조상규 라마다 광주호텔 총괄상무(56)는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와 메르스라는 복합변수가 있어 판단하기 조심스럽지만 KTX 개통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KTX 호남선 개통에 따른 경제효과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내놓은 ‘KTX 호남선 개통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4월 2일 개통 후 100일간 KTX로 광주를 찾은 방문객은 40만363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만1375명이 늘었다. 이 기간 방문객들이 광주에서 쓴 돈은 148억 원에 이른다는 게 교통연구원의 분석이다. 최진석 교통연구원 철도교통본부장은 “4, 5월의 작년 동월 대비 이용객 증가율이 63%였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메르스 사태가 없었다면 방문객의 지출액이 179억 원까지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빨대 효과’ 대신 ‘낙수 효과’
당초 정부와 호남 지역사회는 KTX 호남선 개통에 따른 빨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했다. 경부고속철도 개통 당시 서울∼대전이 50분, 서울∼동대구는 1시간 40분대로 단축되면서 서울의 백화점이나 병원, 학원 등을 찾아가는 충청, 영남 지역 인구가 크게 늘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었다.
호남선 KTX가 이와 다른 효과를 내는 데 대해 교통연구원 측은 “경부 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호남 지역에 수도권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수도권의 돈이 지역으로 향하는 ‘낙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영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호남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호남권 도시들에는 대구, 부산보다 부유층 인구가 적어 빨대 효과가 적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낙수 효과가 나타난다는 건 그만큼 KTX가 호남 지역 발전에 장기적으로 이바지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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