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한국보다 심한 日… 45∼54세 20%가 미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8일 03시 00분


초식계 넘어 승려계… 20대 男 40% “性에 무관심”

결혼하지 않는 현상은 한국 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최근 20여 년 동안 ‘결못남녀’ 현상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매년 ‘생애미혼율’을 조사해서 발표하는데, 1980년 4%였던 생애미혼남성 비율이 2010년 20%를 처음 돌파했다. 여기서 말하는 ‘생애미혼율’이란 45∼54세 사람들 중 태어나서 한 번도 결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의 비율이다. 여성은 1980년 3%에서 2010년 10.6%로 서서히 높아진 데 비해 결혼 안 하는 남성은 급속도로 늘어난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생애미혼율은 아직 5%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초식계(草食系), 절식계(絶食系)라는 신조어를 넘어 승려계(僧侶系)라는 말까지 나왔다. 연애나 이성관계에 서툰(초식) 남성이, 이제는 사귀고자 하는 의지 자체가 없는(절식) 단계를 지나 결국 ‘승려’ 단계로 돌입했다는 자조 섞인 표현이다.

‘승려계’라는 표현이 과장도 아니다. 실제로 일본 콘돔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일본 콘돔 제조회사인 사가미고무공업주식회사가 전국의 20∼60대 남녀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성생활을 조사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20대 남성의 동정(童貞)률이 40.6%로 나타난 것. 30∼34세 독신 남성의 동정률은 25%였다. 한국과 달리 군대 의무복무가 없고 빠른 진로교육으로 사회생활을 평균 24세 정도면 시작하는 만큼 응답 결과에 일본 사회가 들썩였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일본 남성이 성에 이렇게 무심하면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다” “혈기왕성한 20대 초반도 성욕이 없다고 대답하다니 큰일”이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한편으로는 “스마트폰 보급으로 동영상을 쉽게 볼 수 있게 되면서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여성에게 매달리는 걸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남성의 ‘절식남 진단법’도 인기 있다. 절식남의 특징은 △남자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충분히 즐겁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몰두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 △‘연애 안 하는 남자 이상하지 않아?’라는 주변의 지적에도 기분 나쁘지 않다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A.I.’에서 인공지능 로봇들은 인간의 사랑 모습도 바꿔놓는다. 연애를 비롯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는다. 취향에 맞는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을 뽑기 기계에서 고르듯 택한다. 사랑도, 연애도 쉽게 동전 몇 개로 해결할 수 있다. 과연 영화로만 끝날까. 장기 불황에 지친 한국과 일본 젊은 세대의 ‘무욕(無慾)’ 현상이 안쓰러운 이유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일본#결혼#미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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