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모 씨(56·여)는 약 3개월 전부터 허리가 굵어지고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살이 찐다고 생각해 식사량을 줄였다. 그러나 갈수록 배는 더 불러오는 느낌이었다. 배 씨는 헬스클럽에서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속이 더부룩한 증상이 있어 내과를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복부 초음파 검사 결과 복수가 찼고 골반에 종괴가 확인된 것이다. 허리가 굵어지고 배가 나온 것은 살이 찐 것이 아니라 복수 때문이었다. 배 씨는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정밀검사 결과 환자는 난소암 3기로 진단됐다. 종양 제거 수술을 시행한 후 항암치료를 여섯 차례나 받았다.
난소암은 다른 부인과 암과 달리 초기 자각을 위한 특이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진단을 받은 뒤에야 “과거에 골반이 불편했다” “하복부가 이따금씩 뜨끔뜨금 아팠다”는 등의 증상을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골반이 불편하거나 하복부가 아프다고 난소암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이런 특징이 난소암 진단을 어렵게 한다.
자궁경부암은 일반인이 많이 알고 있는 자궁경부세포진 검사로 선별 검사를 할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난소암의 경우는 확립된 선별 검사가 없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병이 진행된 상태, 즉 3기 이상일 때 발견돼 수술 받는 경우가 많다. 치료 과정도 고통스럽다. 이 때문에 난소암을 ‘조용한 살인범(Silent killer)’으로 부르기도 한다.
난소암은 폐경 전후 또는 폐경기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하나 최근 젊은 여성에게서도 발견된다. 어머니나 자매가 난소암 병력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3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10% 미만으로, 나머지 90%는 위험인자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난소암 환자 대부분은 다른 이유로 산부인과 진찰을 받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하면 80∼90%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정기적인 부인과 진료 및 초음파 검사가 난소암의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매년 자신의 생일이나 특정일을 정해 놓고 난소암을 비롯한 부인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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