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살충제 음료’ 80대 피의자 할머니 구속
바지주머니 안쪽-상의 단추서 살충제… 피의자 “피해 할머니 입 닦아준것”
경찰 “토사물선 살충제 성분 안나와”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독극물 사이다’ 사건의 피의자 박모 할머니(82)가 20일 구속됐다.
이날 오후 대구지법 상주지원 진원두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사실의 소명이 있고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 발부 직후 박 할머니는 상주경찰서 유치장에 다시 수감됐다. 박 할머니는 14일 오후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할머니 6명이 나눠 마신 사이다에 살충제를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이다를 마신 정모 할머니(86) 등 2명은 숨졌고 한모 할머니(77) 등 3명은 위독하다.
앞서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할머니는 “아는 바가 없다. 누군가 고의로 누명을 씌우려고 한 것”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여러 증거를 제시하며 박 할머니의 주장을 반박했다. 박 할머니의 집 마당에서 발견된 뚜껑 없는 자양강장제 병에선 사이다 페트병에서 나온 것과 동일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집 뒤편에선 3년 전 판매 금지된 살충제 병이 든 검은색 비닐봉지도 발견됐다. 사건 당일 박 할머니가 입은 옷과 타고 다니던 전동스쿠터 손잡이에서도 같은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박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의 입에서 나온 거품을 닦아주다 묻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숨진 할머니의 위액과 토사물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나오지 않았고 검출된 곳도 박 할머니의 바지 주머니 안쪽과 상의 단추 부분으로 거품을 닦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 할머니의 범행을 의심할 만한 정황도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사건 전날인 13일 마을회관에서 피해 할머니들과 어울려 소액을 걸고 화투를 하다 한 할머니와 다퉜다. 또 박 할머니가 사건 직후 출동한 구급대원과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마을회관 계단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는 모습이 구급차 블랙박스에 찍혔다. 경찰 관계자는 “구급차가 왔으면 피해자가 있는 곳을 적극 알려야 하는데 박 할머니는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의 가족은 여전히 범행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 할머니의 사건 당일 행적이 오락가락해 이를 정확하게 밝히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할머니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것도 계속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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