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대한항공“사천∼김포노선 폐지” 방침에 주민들 발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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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10년간 200억 적자… 운항 어렵다” 폐지발표후 주민 반발에 일단 유보
항공수요 줄어 언제든 재연 가능성

경남 사천시 사천공항 대합실. 출발문 왼쪽에 ‘KTX보다 싸게 비행기 타자’는 홍보 안내문이 서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 사천시 사천공항 대합실. 출발문 왼쪽에 ‘KTX보다 싸게 비행기 타자’는 홍보 안내문이 서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 사천시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完製機) 생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공군 훈련비행단, 항공 관련 학교가 자리 잡은 항공산업의 중심도시다. 하지만 항공기 수리정비(MRO)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려는 사천시의 날갯짓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4일 사천시를 방문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매일 2편씩 운항하고 있는 사천∼김포노선을 20일부터 폐지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놀란 경남도와 사천시, 진주시, 지역민의 반발에 대한항공은 일단 노선 폐지를 유보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이 문제는 높은 운임의 비행기를 이용하려는 승객이 급감하자 불거졌다.

21일 오전 6시 55분 김포발 대한항공 KE1631편을 타고 사천공항에 내린 승객은 70여 명, 오전 8시 반 KE1632편으로 서울로 간 승객은 50여 명이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천∼김포 노선은 147석이지만 주말 70명, 주중 50명 정도가 탄다”며 “승객을 늘리려면 경남도와 주변 시군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8시 사천공항 대합실. 김포발 대한항공 KE1633편으로 도착한 임모 씨(50)는 노선 폐지와 관련해 “고향 다녀가기가 힘들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중국에 직장이 있는 임 씨는 연간 3, 4차례 진주를 찾는다. 이 노선이 없어지면 인천공항에서 리무진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 리무진은 시간이 훨씬 더 걸리고 자주 다니지도 않는다. 이날 고성 발전소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서울로 가던 기업체 간부 김모 씨(56)도 노선 유지를 희망했다. 공항에서 만난 승객들 생각은 대부분 비슷했다.

대한항공은 적자가 크다며 난감한 표정이다. 2001년 연간 80만 명이던 사천공항 탑승객이 2005년 31만 명, 2010년 16만 명, 2013년 11만 명으로 줄었다. 2001년 개통된 대전∼진주고속도로, 2012년 운행한 진주∼서울 간 고속철도(KTX)의 영향이 컸다. 현재 사천∼김포 노선 탑승률은 37% 선. 최근 10년간 누적 적자는 2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진주까지 버스로는 4시간에 2만3000원, KTX는 3시간 반에 5만6600원이다. 비행기는 55분에 주말 9만1300원, 월∼목요일 할인은 5만1100원이다. 버스와 KTX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요금이 싸고 자주 다녀 편리한 편이다.

지역민들은 노선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박정열 도의원은 “경남도는 당장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항공우주도시에 여객기가 다니지 않는 것은 ‘불 꺼진 항구’와 같다는 논리다. 경남도와 사천시가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원 충북 전남 등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사천지사 장해진 팀장은 “항공노선은 한 번 없어지면 부활이 어렵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천∼김포 노선이 폐지되면 서부경남에서 서울로 가기 위해서는 승용차로 1시간 반 이상 거리인 김해공항이나 전남 여수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천성봉 경남도 도시교통국장은 “도와 서부경남 시군, 상공인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대한항공#사천#김포#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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