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이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 일했던 곳을 포함한 근대산업시설 23곳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기록에 오름)가 확정된 뒤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동’에 대해 말을 바꿨다. 일본은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다른 나라의 국민이 자신의 뜻과는 달리 동원돼 힘든 조건에서 강제로 일(forced to work)했다”고 발표했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정보센터 설치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이를 등재 결정문의 본문이 아닌 주석(낱말이나 문장의 뜻을 풀이함) 부분에 포함시키는 것을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세계유산위원회 만장일치로 등재 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과거사에 대해 다시 발뺌하는 일본이 과연 한일 관계를 좋아지게 만들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일본 정부는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forced to work’라는 영어 표현을 ‘일하게 됐다’고 수동형으로 번역해 그곳에서 일했던 한국인들이 마치 강제로 끌려가 일하지 않았던 것처럼 ㉠시치미를 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은 등재 직후 일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이 일본말로 어떻게 번역해 일본 국민에게 알리든, 실제 효력이 있는 것은 영문 문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책임자들을 단죄(죄를 처단함)한 뉘른베르크 국제전범재판소의 판결문 등에도 ‘forced to work’는 강제노동의 의미로 사용됐기 때문에 일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일본이 조선인들을 강제노역에 동원한 것을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말 바꾸기에 이어 한국과 합의한 조치를 성실히 실행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서도 신뢰를 잃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동아일보 7월 7일 자 사설 재정리
사설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
1. 일본은 ‘forced to work’를 어떻게 해석해 일본 국민에게 알렸나요? 이런 해석은 어떤 문제점이 있나요?
2. ‘㉠시치미를 뗐다’의 ‘시치미’는 사냥용 매의 주인을 밝히기 위해 매에 달아놓은 꼬리표를 가리킵니다. 이 꼬리표를 보고 다른 사냥꾼들이 주인이 있는 매를 놓아줬던 것이지요. 욕심이 많은 사냥꾼들은 시치미를 떼고 남의 매가 자신의 매인 것처럼 속이기도 합니다. ‘시치미를 떼다’는 여기서 나온 말이지요.
‘시치미를 떼다’의 의미를 생각해 이 말이 들어간 짧은 문장을 2개 이상 지어 보세요.
3. 일본 정부는 일본 국민에게 근대산업유산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알리고 있습니다. 일본 근대산업유산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일본 국민에게 알리는 글을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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