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미니스커트 50대男 ‘공연음란죄’ 법정 섰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2일 03시 00분


산책길 놀란 주민, 경찰에 신고… 법원 “여장만으론 처벌 안돼”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7시 30분. 함께 산책을 하러 나온 강모 씨(54·여)와 홍모 씨(54·여)는 화들짝 놀랐다.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 맞은편 정자에 미니스커트와 검은 팬티스타킹을 입은 한 남성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남성은 하이힐까지 신고 있었다. 강 씨와 홍 씨는 자신들을 등지고 앉은 남성 옆을 조심스럽게 지나쳤다. 이들의 신고로 이 남성은 경찰에 붙잡혔다.

여성의 옷을 입고 있던 남성은 백모 씨(54). 그는 경찰서에서 “여성이 되고 싶어 그런 옷을 입었다”고 진술했다. 백 씨가 다리를 벌려 흔들고 이상한 손동작을 했다는 목격 여성들의 주장에 “추워서 다리를 떤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백 씨는 결국 공연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서울북부지법 박재경 형사9단독 판사는 21일 백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판사는 “당시 백 씨가 허리까지 오는 스타킹을 입어 중요 부위를 노출하기 어려웠고 여장 남자라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2012년 3월 경범죄 처벌법 개정으로 ‘과다 노출자’의 기준이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은 사람’이 아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은 사람’으로 수정되면서 백 씨를 경범죄 처벌 대상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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