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로선 그 장면이 자꾸 회자되겠군요.” 롯데와 넥센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롯데의 한 선수가 안타를 친 뒤 2루로 내달리다 아웃됐을 때 해설자가 불쑥 한 말이다. 말맛에 이끌려 ‘회자(膾炙)’를 쓴 듯싶지만 의미가 이상해져 버렸다. ‘롯데로선 그 장면이 두고두고 아쉽겠군요’ 정도면 좋았다.
신문 역시 회자를 즐겨 쓴다. ‘건설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이 쌓여 건설업을 비하하는 토건족이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 사실도 인구에 회자하고 있다’고 한다. 얼토당토않다.
많은 이가 ‘인구에 회자되다’ 등으로 즐겨 쓰는 회자의 올바른 뜻은 무얼까. 회(膾)는 ‘고기나 생선의 회’를, 자(炙)는 ‘구운 생선’을 뜻한다. 인구(人口)는 ‘사람들의 입’이다. 즉 ‘인구에 회자되다’는 ‘사람들이 회와 구운 생선을 맛있게 먹듯이 행동 행실 등이 좋은 쪽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말한다. ‘그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회자된다’처럼 쓴다. 그러니 좋지 않은 사실에는 회자를 쓸 수 없다. 위 예문은 ‘토건족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로 써야 옳다.
나쁜 일로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구설(口舌)’이다. 많은 사람들이 구설과 구설수(口舌數)를 헷갈려 한다. 구설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 그 자체이고, 구설수는 그런 말을 들을 운수(運數)다. 즉 좋지 않게 남의 얘깃거리가 될 때는 ‘구설에 휘말리다’ ‘구설에 오르다’로, 구설수는 ‘있다, 없다, 들었다’로 표현하면 된다.
회자 못지않게 사람들이 잘못 쓰는 말이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부정적인 대상을 통해 교훈을 얻는다’는 뜻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와 비슷하다. 따라서 본받아야 할 성공사례를 언급하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자’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권의 운명을 거는 개혁을 추진해 성공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표현은 안 된다. 이때는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해야 옳다.
‘장본인(張本人)’과 ‘주인공(主人公)’도 가려 써야 할 말이다. 장본인은 ‘어떤 일을 꾀하여 일으킨 사람’이라는 뜻인데, 이때의 ‘어떤 일’은 나쁜 일이다. 주인공은 ‘미담의 주인공’처럼 긍정적일 때 쓴다.
미담의 주인공은 인구에 회자되기 마련이고, 구설에 오르는 장본인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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