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경상대 기계항공정보융합공학부, 항공분야 취업률 전국 1위, ‘명품’ IT학과 어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3일 15시 51분


[HOT 100]국립 경상대 기계항공정보융합공학부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주도하는 창조적이고 전문적인 인재를 키워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 취업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졸업생 취업률은 85%이지만 몇 년 뒤에는 실질 취업률이 90%를 넘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경상대 공과대학 기계항공정보융합공학부 류성기 학부장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이 학부는 올해 공대 기계공학부·항공우주시스템공학과와 자연과학대 정보과학과를 통합해 출범했다. 교수 30명에 신입생 160명, 총 재학생 890여 명의 대규모 학부가 됐다. 학부는 기계공학전공과 항공우주 및 소프트웨어공학전공의 두 트랙을 두고 있다.

류 학부장은 “공대와 자연대에 따로 있던 3개 학과를 하나로 통합한 건 미래의 산업구조에 적용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것이다. 항공 및 기계분야는 경남의 핵심 전략산업으로 경남 제조업 종사자의 70%가 기계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지역이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재를 보급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국내 항공산업 총 생산의 81%를 경남지역이 담당하고 있는 만큼 졸업 후 이들 기업에서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교육하겠다는 것이다.

기계공학전공은 차세대 첨단기계 산업을 선도하는 기계IT융합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연현상을 규명하고 응용하는 데 필요한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컴퓨터를 이용한 기계시스템의 설계·해석·분석 능력을 길러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항공우주 및 소프트웨어공학전공은 다학제적 성격의 항공우주 및 공학시스템 분야(풍력발전기 및 에너지 기계시스템 포함)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항공우주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첨단 공학시스템의 응용설계, 실험 및 정밀 검증, 해석을 수행할 수 있는 현장 적응형 전문 기술자를 길러내는 게 목표다. 또 항공기와 유비쿼터스 정보장치에 사용하는 임베디드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를 특성화해 임베디드소프트웨어, 유비쿼터스 컴퓨팅, 융합IT시스템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3개 학과가 두 단과대학에 나뉘어 있을 때에도 평균 취업률은 85%로 매우 높았다. 학과 통합 이후 융합교육이 시너지효과를 내면 몇 년 뒤 학부졸업생의 실질 취업률은 90%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학과가 취업률을 높게 잡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상대가 자리한 진주는 최근 진주·사천 국가항공산업단지로 지정돼 본격 개발에 들어간다. 경남 진주 혁신도시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남동발전, 국방기술품질원 등 11개 공기업이 내년 상반기까지 입주한다.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8조 원 규모의 ‘한국형 차세대전투기(KF-X) 개발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연히 항공IT기계융합 인력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항공 MRO(정비 유지 관리)사업을 유치하면 경상대 졸업생들이 취업할 양질의 일자리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경상남도는 서부청사를 개청해 서부경남 지역 미래 50년 발전의 사령탑으로 삼을 계획이다. 서부청사가 추진할 사업은 경남 진주 혁신도시 활성화, 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공, 항공우주산업단지 추진, 항노화산업 육성, 서부권 신성장 산업단지 조성과 그 외 서부권 전략사업과 균형발전사업 등이다.

학부의 교육프로그램은 이런 비전을 달성하도록 짜여져 있다. 주요 교육프로그램은 △산업체 맞춤형 트랙제 운영 △전국 대학생 자작(自作) 모형 항공기 경진대회 개최 △글로벌 창의인재 육성 프로그램(해외 장기 연수 프로그램) 운영 △비행조종 실습 및 특별교육 프로그램 운영 △전공심화를 위한 단기강좌 개최 △기업연계형 공학설계 프로젝트 운영 등이다.
학부의 창의적항공IT기계융합인력양성사업단은 교육부 특성화사업(CK)에 선정돼 2014년부터 매년 25억 원씩을 지원받고 있다. 2014년 11월 특성화우수학부(명품학부)로도 지정돼 매년 2억 원씩 5년간 10억 원을 더 지원받는다.
사업단은 기업이 요구하는 취업연계 맞춤형트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KAI 트랙(15명), 성동조선해양 트랙(15명), 센트랄 트랙(5명), PK밸브 트랙(3명), 대원강업 트랙(5명) 등 10개 트랙에 50여 명의 학생을 적극 참여시켜 교육하고 있다.

글로벌 창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미국 피츠버그주립대학, 머레이주립대학에 1년 과정에 5~10명, 6개월 과정에 20~30명의 교환학생을 매년 보내고 있다. 올해 1월 9일부터 5월 12일까지 미국 피츠버그주립대에서 장기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위유리 씨는 “이 과정은 단순 어학연수가 아니다. 참여 학생 모두가 전공 관련 교과목을 11학점 이상 수강했고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자랑했다.

학부는 항공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꿈과 열정, 창의력을 직접 비행기 제작에 담을 수 있도록 매년 ‘대학생 자작모형항공기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9월 4, 5일 개최하는 16회 대회에는 50개 팀이 참가한다. 경쟁 분야는 △CTOL(통상이착륙) 분야:활주를 통한 이·착륙 항공기 △VTOL(수직이착륙) 분야:수직 이·착륙기 또는 헬리콥터 △모형기 분야 등이다. 비행조종실습과 특별교육프로그램에서는 경량항공기를 이용한 지상조작 및 이·착륙 등의 실습교육을 통해 비행제어와 역학과목에 대한 실물 교육을 한다.

기업연계형 공학설계 팀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교수, 학생, 기업의 전문가가 한 팀을 이뤄 특정한 주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프로그램. 미래엔진(주) 등 11개 산업체 실무전문가와 교수 11명, 학생 28명이 참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가 눈길을 끄는 것은 학부생의 실무능력을 높여 취업과 연계하면서 기술과제 발굴, 기술이전 등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 실제로 1차 연도 사업으로 4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1259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경상대는 항공우주시스템공학 분야에서 산학협동연구와 인재양성을 위해 150억원을 들여 항공우주산학협력관을 짓고 있다. 2013년 6월 시작한 이 공사는 12월 끝난다. 이 건물은 지상 8층 지하 1층에 연면적 9100㎡, 이 곳에는 항공우주 관련 교육시설과 각종 실험을 할 수 있는 공장형 실험실이 들어선다. 사천 KAI와의 연계로 산학협력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부 졸업생들은 한국남동발전, 삼성중공업, 대우해양조선,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현대모비스, 현대·기아자동차, 효성,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한항공, 국방과학연구소 등 항공기 제작업체, 항공기 운항 회사, 국·공립연구소와 기업체 연구소, 정부기관, 조종과 정비관련 군(軍)기관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졸업생 진로를 보면 KAI, 삼성중공업, 두산, 삼성테크윈, LG전자 등 대기업 취업이 34%로 가장 많다. 중소기업 취업은 31%, 대학원 진학은 21%이며. 한국남동발전, LH 공사 등 공기업에도 10% 정도 취업했다. 2013년도 졸업생의 취업률은 89.7%로 항공분야 취업률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성과는 학부의 오랜 노력의 결과다. 기계항공시스템 분야는 1995년부터 경상대의 특성화분야로 지정돼 지방 국립대로서는 독보적으로 주요 국책 연구와 교육 사업에 빠짐없이 선정됐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과학재단 지역협력연구센터 사업(RRC), 항공기부품기술연구센터 사업(1996),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1997), BK21지역대학육성사업(1999), NURI사업(2004), 이공계중점연구소사업(2005), 2단계 BK21사업(2006), 공학교육혁신센터지원사업(2008),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 2012), BK PLUS사업(2013) 등이다.

학부는 이들 사업에 참여하며 재정지원을 받아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력과 교육 인프라를 확보했다. 덕분에 다른 대학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우수 인재 양성에 매진할 수 있었다. 장학금도 대학 내 어느 학과보다 많다. 2014년 기준으로 장학금 수혜율은 84.6%이고 1인당 평균 장학금은 150만 원에 이른다.

경상대 이우기 홍보실장은 “학생들은 잘 짜인 교육 프로그램과 우수한 교수진, 풍부한 장학금 덕분에 전공과 교양을 익혀 원하는 곳에 취업해 왔다”며 “기계항공정보융합공학부는 교육부가 ‘명품학과’로 선정할만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진주=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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