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3765명에 첫 사과… 1인당 1870만원 지급하기로
英-호주-네덜란드에도 사과 계획… 日 “한국은 청구권협정때 해결”
일본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이 20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전쟁포로에게 사과한 데 이어 24일 중국인 강제노동 피해자와 유족들에게도 사과하고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해외 비즈니스 환경 개선과 중국 시장 개척을 염두에 둔 조치로 미쓰비시의 사과와 보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는 7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어 ‘이중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쓰비시 측은 중국인 강제노동 피해자들이 중국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화해안을 제시했다. 화해안은 회사 측이 △사용자로서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는 동시에 통절한 반성과 심심한 사죄의 뜻을 표명하고 △1인당 10만 위안(약 1870만 원)을 지불하며 △기념비 건립비로 1억 엔(약 9억4300만 원), 실종 피해자 조사비로 2억 엔을 조성하고 △위령 행사에 피해자들을 초대하는 비용으로 1인당 25만 엔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일본 대기업이 중국인 강제노역 피해자에게 사과와 함께 피해 보상금을 주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피해 보상 대상자도 최다 인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조만간 베이징(北京)에서 합의서에 조인할 예정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인 3만9000명을 강제 동원했다. 이 가운데 3765명이 미쓰비시가 운영하는 탄광 등에서 일했다. 이 중 본인 및 유족이 파악된 사례는 약 1500명으로 미쓰비시는 조사비 2억 엔으로 나머지 피해자도 찾아 나설 방침이다.
이번 합의는 정부 간 협상 결과는 아니지만 일본 정부의 집단자위권법 강행 등으로 국제적 비난 여론이 높은 가운데 다음 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발표할 전후 70주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 발표를 앞두고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이번 합의가 역사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중일관계 개선의 계기로 작용하면서 중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미쓰비시는 앞으로 영국과 네덜란드, 호주의 전쟁포로에게도 사과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인 징용 피해자에 대해서는 “법적인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미쓰비시 홍보 관계자는 본보의 전화에 “관련 사안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만 말했다. 일본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쓰비시는 당초 한국 피해자와도 화해할 의사가 있었으나 1965년 청구권협정을 바탕으로 한 전후 문제 처리 체제가 흔들린다는 일본 정부의 반발에 부딪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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