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는 마을공동체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 있다. 마포구 성산1동에 위치한 ‘성미산마을’이다. 이곳에는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2004년 9월 성미산학교가 문을 열었다. 당시 이 마을에서 공동육아를 하기 위해 어린이집 네 곳이 있었는데, 주민 스스로 학교까지 만든 것이다. 지금은 반찬가게인 ‘동네부엌’, 중고가게인 ‘되살림 가게’, 음식점인 ‘성미산 밥상’, 마을의 ‘작은나무 카페’ 등으로 공동체 공간이 늘어났다. 오늘날 성미산마을은 마을공동체, 마을교육공동체, 마을학교, 협치(協治·거버넌스) 등 지역과 교육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공동체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마을의 사랑방 구실을 해오던 ‘작은나무 카페’가 임대료 인상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필자는 경기도교육청의 마을교육공동체 연구에 참여하면서 마을공동체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센터, 학생, 주민 등 많은 사람들이 마을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볼 때 ‘작은나무 카페’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아쉬움이 크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동작구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경기 시흥시 참이슬마을학교, 경기 의정부시 초록우산도서관 등 수많은 공동체 사례들은 주민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 결과물의 공통점은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카페가 있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주민은 자연스럽게 모이고 소통을 한다. 카페는 공동체에서 꼭 필요한 공간이다.
시흥시는 교육에 관심이 많은 지역이다. 교육청만 교육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도 교육 철학과 비전을 고민하고 있다. 시흥시의 한 간부는 지역에 사람, 시설, 공간, 기관, 외부자원 등을 조사하다 보니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공간은 많은데 그 안에 중심이 되는 사람이 없어요. 가장 중요한 사람이. 그래서 공간도 무용지물이 되는 거죠.” 이 간부의 말이다. 지역에 정말 사람이 없는 것일까, 정말 공간이 없는 것일까,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의정부시 어린이재단 초록우산에서는 마을에 가장 필요한 공간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 결과 ‘학교를 마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응답이 92.7%로 높게 나왔다. 초록우산은 주민의 요구로 2013년 10월 초록우산도서관의 문을 열었다. 그곳에 가면 카페도 있어 학생과 학부모, 지역 주민, 봉사자들이 이 공간 안에서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자체와 센터뿐만 아니라 개인도 열린 공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참여하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주민 인향봉 씨는 마을 사업을 하는 단체가 입주하면 10년간 현 임대료 수준에서 마음 편히 활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줄 예정이다. 인 씨는 “돈과 연관된 판단은 미래에 대해 생각을 못 하게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성미산마을의 최수진 작은나무협동조합 대표의 말대로 “‘작은나무 카페’가 문을 닫는 것은 주민이 같이 만든 시간과 역사가 사라지는 것”이다. 만들기는 어려웠지만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다. 이번 일로 공동체에 희망을 품었던 사람들만큼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성미산마을 카페는 마을공동체의 자생력과 생존력이라는 다음 과제를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마을공동체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사람이다. 시흥시 간부, 의정부 초록우산의 구성원, 그리고 서울 연남동 주민 인향봉 씨 등은 한목소리로 지역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성미산마을 카페는 8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놓였지만 공동체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곳에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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