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비중 늘리면서 전형종류는 되레 줄여
논술-적성 감소에 학생부 비중 커져… 내신 좋은 상위권 ‘승자독식’ 우려
“수시모집 정책은 정권 따라 오락가락하는데 선발 인원은 계속 늘어나기만 하니 앞뒤가 안 맞지 않습니까?”
올해 대학 입시에서 수시모집 비율이 사상 최대치인 67.4%에 이르면서 고교 3학년생과 재수생 모두 대입 선택지가 적어지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중위권 이하 수험생들은 수시가 전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에 좌우되면서 한 번 등급이 밀리면 수시와 정시 모두 설 자리가 좁아진다고 고충을 호소한다.
수시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한동안 수시 비율은 30∼40%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방침을 강조하면서 2007학년도에 수시 비율(51.5%)이 정시(48.5%)를 역전한 이후 수시 비율은 가파르게 늘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7학년도의 수시 비율은 69.9%로, 10명 중 7명을 수시로 선발한다.
문제는 수시의 선발 인원은 늘어났지만 전형 종류는 대학당 4개 이하로 줄면서 수시가 사실상 ‘학생부 관리 경쟁의 장’이 됐다는 점이다. 수시 도입 초반에는 다양한 특기자 전형과 논·구술 전형, 인·적성 전형 등이 있었다. 하지만 전형이 많아 사교육이 범람한다는 지적이 커지자 박근혜 정부는 대학별 전형요소를 수시 4개, 정시 2개 이하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수시는 사실상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양분됐다.
고교 3학년생들은 수시가 학생부 경쟁이 되면서 ‘승자독식’ 구조가 고착화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내신이 좋은 학생들이 수시 지원 가능 대학 6곳의 합격을 싹쓸이하는 현상을 말한다. 여기에 상위권 대학들이 수시에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을 두는 탓에 과거처럼 ‘학생부가 좋으면 수시, 수능이 좋으면 정시’라는 입시 공식도 통하지 않아 학생부와 수능 모두 학습 부담이 크다.
반면 재수생들은 갈수록 좁아지는 정시 관문을 뚫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수시 지원 자격을 고교 3학년생으로 제한하는 전형이 많고, 졸업 이후에는 학생부 성적 관리가 불가능한 만큼 이들은 30%의 가능성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고교 교장은 “수시는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학생들이 유리하고, 정시는 재수생이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일반고에서 학생부가 처지는 학생들은 지레 입시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일반고는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비할 만한 교내 스펙을 만들어주기 어려운 구조에서 수시 비중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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