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 남편’ 휴직급여-명예퇴직금 2억여원 챙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8일 03시 00분


시신 7년간 거실 방치한 약사 부인… 검찰, 사기혐의로 불구속 기소

지병으로 숨진 남편의 시신을 7년간 집 안에 둔 채 남편의 직장에서 휴직수당과 퇴직금 수억 원을 챙긴 아내가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전승수)는 약사인 조모 씨(48·여)가 급여 등을 타내기 위해 남편의 사망 사실을 숨겼다고 보고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남편이 숨진 뒤인 2007년 4월부터 2009년 1월까지 남편의 급여와 휴직수당 명목으로 7400만 원을, 명예퇴직금과 퇴직연금으로 1억4300만 원을 받았다. 환경부 공무원이었던 조 씨의 남편은 휴직을 하고 간암 투병을 하다 2007년 3월 숨졌다. 하지만 조 씨는 남편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채 22개월간 휴직수당을 계속 챙겼다. 검찰은 조 씨가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아 남편의 퇴직금 등이 과다 지급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조 씨가 2008년 11월 환경부를 찾아가 “남편의 거동이 불편해 대신 명예퇴직원을 제출하러 왔다”고 거짓말한 사실도 확인했다.

앞서 경찰은 조 씨를 사체유기 혐의로 입건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5월 죄가 안 된다는 검찰 시민위원회 결론에 따라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조 씨의 행적을 잘 아는 동료 약사가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해 감춰진 내막이 밝혀졌다.

2013년 12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빌라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조 씨의 집에서 미라처럼 굳어 있는 남편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거실 한쪽에서 이불에 덮인 채 TV를 시청하는 자세로 뉘여 있었다고 한다. 당시 조 씨의 집에는 각각 초등학생, 중학생, 대학생인 자녀 3명이 함께 살았지만 모두 아버지가 살아있다고 믿으며 매일 인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검찰 조사에서 “남편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돈을 받은 건 맞지만, 당시엔 남편이 다시 깨어날 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휴직급여#명예퇴직금#미라남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