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A 씨(47)는 6개월가량 알고 지낸 김모 씨(57)로부터 한 남성을 소개받았다. 자신을 청와대 비밀요원이라고 밝힌 최모 씨(72)는 A 씨에게 금괴 사진이 있는 팸플릿을 ‘극비문서’라며 들이밀었다. 최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괴를 세탁해야 하니 5000만 원을 빌려 달라”며 “3일 안에 7000만 원으로 불려주겠다”고 제안했다.
A 씨는 그로부터 며칠 뒤인 24일 수표 5000만 원을 최 씨에게 건넸다. 최 씨는 “금괴를 담을 상자가 필요하다”며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처의 한 모텔로 A 씨를 불러냈다. 이들은 이곳에서 나무 상자를 직접 만들었다. 물론 그 자리에 금괴는 없었다.
약속한 날이 지나도 돈을 받지 못한 A 씨는 초조해졌다. 그때마다 최 씨는 “금괴가 회전이 잘 안 된다. 모든 게 박 대통령을 위한 일이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 후에도 최 씨는 A 씨를 5, 6차례 만나 안심시켰다.
1년이 지나도 돈을 갚지 않자 A 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송파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지명수배 끝에 13일 최 씨를 붙잡았으며 공범인 김 씨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9년 전에도 청와대 비밀요원 행세를 하며 2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한 차례 복역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와 최 씨가 짜고 의도적으로 A 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우는 이들은 사기범일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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