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호흡측정 결과 0.02% 나왔는데 처벌되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8일 20시 04분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면 호흡 측정 결과가 기준 미달로 나오더라도 당사자 동의를 얻어 다시 채혈 측정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음주운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김모 씨(54)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인천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김 씨는 2013년 6월 오전 0시 5분경 인천 부평구 교차로에서 차량 6대를 잇따라 들이받아 10명에게 전치 2, 3주 부상을 입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음주운전을 의심해 호흡을 측정해보니 음주운전 기준(혈중알코올농도 0.05%)에 미달된 수치인 0.024%가 나왔다. 당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는 김 씨를 본 피해자들이 결과에 납득하지 못하자 경찰은 김 씨 동의를 얻어 채혈 측정을 했더니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239%가 나왔다.

김 씨는 진정한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위법하게 피를 뽑아 검사했다며 위법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1심은 김 씨가 강요 없이 직접 혈액채취 동의서에 서명했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도로교통법상 운전자가 호흡측정 결과에 불복해야만 채혈 측정을 할 수 있는데, 운전자가 불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이 채혈을 요구한 건 절차상 위법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운전자 태도나 사고 피해 등을 고려해 호흡측정 결과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 운전자 동의를 얻어 혈액 채취로 다시 음주측정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혈액 채취를 거부할 수 있다는 걸 운전자에게 미리 알려주거나, 운전자의 자발적 의사가 선행돼야 가능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대법원은 김 씨가 제대로 걷지 못할 만큼 만취한 상태였고, 혈액 채취에 순순히 응해 직접 동의서에 서명한 점 등을 고려하면 당시 음주측정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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