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0일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69)의 가족이 고문으로 재직 중인 건축사사무소를 압수수색하며 최 회장을 둘러싼 비리 의혹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는 이날 서울 송파구 H건축사사무소와 실소유주 정모 씨의 자택 등 3곳에서 용역 계약서와 고문료 지급 명세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정 씨가 서울 도봉구 하나로클럽 리모델링 공사 등 농협 관련 공사의 설계와 감리 용역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대금을 부풀려 청구해 이 중 일부를 빼돌린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최 회장의 가족 A 씨가 이 업체 고문으로 재직하며 용역 수주를 도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H사무소가 A 씨에게 지급한 고문료 액수가 크고 공사 계약이 최 회장이 취임한 2007년 이후에 집중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대가성 유무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정 씨가 빼돌린 회삿돈을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이 친·인척 관련 비리와 관련해 거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검찰은 2012∼2013년 최 회장의 사촌형 B 씨가 “사촌동생(최 회장)에게 부탁해 하나로클럽 10여 곳의 청소용역 계약을 몰아주겠다”거나 “NH농협은행의 대출 편의를 봐주겠다”며 지인들에게서 수천만 원을 챙긴 혐의를 잡고 수사했다. 당시 검찰은 최 회장이 청탁에 개입한 단서를 잡지 못해 B 씨만 사기 혐의로 기소했지만 이번에는 최 회장의 연루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전날 농협 특혜 대출 의혹을 받아온 리솜리조트에 이어 하루 만에 최 회장 가족 관련 업체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가 최 회장을 둘러싼 의혹 규명에 그치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많다. 검찰 일각에선 특혜 대출 과정에 개입한 정치인도 거명된다. 검찰은 농협이 자본잠식 상태를 오간 리솜리조트에 1649억 원을 대출하면서도 분양 완료된 리조트를 담보로 잡고 추가 대출에 반대하는 심사위원을 교체하는 등 대출 과정이 비정상적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NH농협은행은 “리솜리조트에 대한 대출은 정상적인 절차와 규정에 따라 결정됐으며 지시나 특혜와는 무관하다”며 “리솜리조트는 자본잠식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체 없이 정상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해왔다”고 밝혔다. 은행 관계자는 “리솜리조트의 자산이 2500억 원 수준으로 대출 잔액보다 많기 때문에 만에 하나 회사가 망하더라도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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