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뒤에 네 생각을 적어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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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줄리안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게시물 아래에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해시태그로 덧붙였다. 인스타그램 캡처
방송인 줄리안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게시물 아래에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해시태그로 덧붙였다. 인스타그램 캡처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 이야기가 연일 신문의 주요 기사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롯데의 경영권 승계 분쟁을 보는 일반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반(反)기업 정서’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광복절 기업인 특별사면에 대한 여론도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광복절 사면을 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민심을 엿보려고 트위터에서 ‘사면’을 검색해봤습니다. 해시태그를 붙여서요.

해시태그는 SNS에 실시간으로 오르내리는 수많은 정보를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고안된 표기법입니다. ‘#’ 뒤에 특정 단어를 붙여 자신이 올린 사진이나 글, 동영상이 어떤 주제와 연관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죠. ‘#사면’을 검색하니 ‘재벌총수 벌써 사면?’ ‘성완종 사면은 법치 훼손’ 등 여러 트윗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중간중간 예상하지 못한 검색 결과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더군요. ‘#홍대#마이쥬스#주스#사면#보틀#준다’ ‘#안#사면#바보’ 같은 해시태그 말입니다. #를 붙여 검색했기 때문에 당연히 ‘형벌을 면제한다’는 의미인 명사 ‘사면’이 나올 줄 알았는데…. 물건을 구입한다는 의미로 쓰인 ‘사면’이 포함된 트윗도 뒤섞여 나온 겁니다.

그러고 보니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요즘은 해시태그를 단순히 업로드한 콘텐츠를 분류하기 위해 붙이지만은 않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 뒤에, 혹은 #와 # 사이에 하고 싶은 말은 적곤 한답니다. (참고로 # 뒤에 붙이는 말은 띄어쓰기가 안 됩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 혹은 ‘_’ 표시로 여백을 두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사진 공유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인기 요리사 백종원 씨의 아내 소유진 씨 해시태그 활용법을 예로 들어 볼까요. 인스타그램에 두 살배기 아들 백용희 군 사진을 올리며 소 씨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저 안으로 떨어진 쪼꼬만 스티커 하나 찾는 중;;;그…그래 #넌할수있어 #뱅용이 #홧팅!! (중략) #박수치느라사진은놓쳤네.’ 소 씨 외에도 여러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사진 아래 ‘#팔은원래굵음_모른척해주세용’ ‘사진은_내가_잘나온걸로’ ‘#라섹의고통 #니네아니?’ 등 다양한 내용의 해시태그를 붙입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입니다. 읽는 재미가 쏠쏠한 해시태그를 보고 싶다면 ‘동아일보를 만드는 사람들’ 페이스북 페이지를 추천합니다. 페북지기가 종종 하고 싶은 말을 해시태그에 덧붙이거든요. 예를 들어 이런 식. ‘우편번호 체계가 27년 만에 바뀝니다. #칼배송을위해잘외워두자’ ‘신문에는 안 올라갈 것 같은 <오늘의 짤> 모음! #언젠가_한번은_빵터지겠지’ ‘#단독 공연을 다닐 때 부인과 함께 퍼스트클래스를 타셨군요… #부러워지려고한다’ 등. 기사나 사진, 동영상 등을 링크할 때 이처럼 자유롭게 해시태그를 활용합니다.

사실 이런 해시태그는 애초부터 분류를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동아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도 ‘#사회부’ ‘#○○○기자’를 클릭하면 같은 해시태그가 붙은 문서들이 함께 검색됩니다. 하지만 ‘#칼배송을위해잘외워두자’ 같은 해시태그는 눌러도 해당 글 외의 다른 검색결과가 나오진 않죠.

아무런 규칙 없이 쓰이는 것 같은 이 해시태그를 왜 굳이 쓰는 건지 의아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시태그는 특정 주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꽤나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네팔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땐 많은 사람이 #PrayforNepal을 달며 빠른 복구를 기원했습니다. 미국에서 동성결혼 합헌 결정이 난 날엔 #Lovewins를 단 SNS 게시물이 수백만 건에 이르기도 했고요. 그 밖에 #먹스타그램(먹는 음식을 올린 인스타그램) #셀스타그램(셀카 인스타그램) 등 최근 SNS 트렌드를 반영하는 새로운 용어들도 계속 생겨나고 있답니다.

해시태그 활용법엔 사실 정답이 없습니다. # 뒤에 무슨 말을 쓰든 이것 또한 SNS상의 또 다른 ‘해시태그 화법’입니다.

가만히 보면 # 뒤에 덧붙이는 말이 톡톡 튑니다. 또한 아주 자연스럽지요. 어깨에 힘을 빼고 친구에게 ‘아, 그런데 말이야…’ 하고 몰래 속삭이는 느낌이랄까요. 괄호 안에 들어갈 법한 부연설명이 필요하거나 속마음을 에둘러 표현하고 싶을 때 언제든 앞에 #를 붙여 보세요. 이런 식으로요. #벌써_7월도_끝 #빨리_휴가가고_싶다!

최지연 오피니언팀 기자 lima@donga.com
#해시태그###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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