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수의과대학, 의사 제치고 선호 직업 21위에…수의사 꿈꾸는 여학생 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1일 16시 41분


[HOT100]충북대 수의과대학



2012년 미국의 구직사이트인 커리어캐스트(www.careerscast.com)는 직업 200개를 골라 선호순위를 매겼다. 수의사는 치과(33위)와 내과의사(40위)를 젖히고 당당히 21위에 올랐다.

수의사에 대한 일반의 관심. 그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와 인기에 비례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수의사는 산업동물인 소 돼지 닭 등을 기르고 번식시키고 치료하며, 이들을 가공해 만든 식품의 안전을 관리하기 위해 양성한 전문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사회전체가 노령화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역할도 변했다. 이제는 가족의 구성원인 반려동물의 건강을 돌보는 전문인으로서 인식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수의사에 대한 수요는 늘고, 수의사를 직업으로 택하려는 젊은이 역시 늘고 있다.

미국에서 수의사는 ‘백인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반려동물 문화가 근 1세기 동안, 그것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백인을 중심으로 정착돼 왔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다루는 동물병원 수의사의 직무는 단순히 치료에만 그치지 않는다. 동물과 주인 사이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도록 돕는 카운슬러 역할까지 맡는다. 그게 수의사라는 직업을 자연스레 백인여성들이 관심을 갖도록 한 이유로 풀이된다. 그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전국 수의과 대학의 여학생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수의과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은 반려동물과의 관계 말고도 많다. 장동우 교수(수의과대학 부학장)는 말한다. “인간의 주요 먹거리인 산업동물을 다루고 환경의 일원인 야생동물의 질병예방 및 치료, 실험동물을 이용한 의약품 연구개발 역시 수의학의 기본분야입니다. 의약품 및 기능성 식품의 효능과 안전성 평가를 통해 기초의학연구에도 기여합니다. 그뿐이 아니지요. 줄기세포와 동물복제, 장기이식 같은 첨단생명공학연구도 이끕니다. 식품위생과 환경위생 관리를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하는 것도 수의학의 관심분야지요. 구제역과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 메르스 등 국가재난형 전염병의 방역도 다룹니다. 수의학은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요구되는 인재를 양성하는 응용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의과 대학은 10곳. 사립은 건국대 한 곳뿐이다. 나머지 9개는 모두 국립대다. 충북대는 아홉 개 국립대 중 서울대 다음으로 꼽히는 명문이다. 지난해 연구논문실적(전임교원 1인당 발표 논문 수)은 1.15편으로 서울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수의과 국가고시에선 10년 연속 전국 1위 합격률(2002~2008년 100% 합격, 2000년 전국최고 합격률, 2010, 2011년 연속 100% 합격)을 달성했다.

충북대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2009학년도부터 수의예과를 자연과학대학에서 분리해 수의과대학을 만들고, 이곳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의과대학은 충북대의 13개 단과대 평가에서 4년 연속(2011~2014년) 최우수대학에 선정됐다.

이런 성과는 국내를 비롯해 일본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와 왕성하게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26명 교수진의 역량과 노력이 결집된 결과다. 그걸 증명할 자료는 충분하다. ‘동물의료·생명과학사업단’은 지방대로는 유일하게 2단계 BK21사업에 선정돼 국가로부터 35억 원을 지원받고 있고, 이어진 BK21-플러스사업에서도 ‘미래 수의학 인재양성사업단’이 선정돼 42억 원을 받고 있다.

이런 국책사업을 충북대 수의과대학은 무려 6개나 따냈다. BK는 ‘두뇌한국(Brain Korea)’의 약자로 BK21은 정부가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 육성과 지방대의 교육연구역량 강화를 목표로 만든 프로그램이고, BK21플러스(2013~2019년)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석·박사급 창의인재양성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충북대 수의과대학의 입학생은 50명(2015학년도 기준). 일반학과에선 중간 정도 규모다. 그럼에도 수의과대학 학생은 건물 네 동으로 이뤄진 ‘수의과학 콤플렉스(Complex)’를 전용으로 쓰고 있다. 콤플렉스는 두 개의 수의학관(1·2동)과 ‘동물의료센터’ 및 ‘실험동물 연구지원센터’로 이뤄졌다. 수의학관에는 24시간 개방하는 스터디룸(정독실)과 휴게실이 따로 있다. 동물종합병원인 동물의료센터는 교육부로부터 34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설립한 ‘학교기업’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이용자도 많아 전국 수의과대학 중 서울대에 이어 2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동물의료센터는 교실수업과 교과서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분야를 체험하는 임상실습교육기관이다. 시설이 훌륭해 CT는 물론 대당 5억 원 상당의 핵자기공명 컴퓨터단층촬영장치(MRI)까지 갖추고 있다. 이런 MRI는 충청도내는 물론 사방 100km 내에서 유일하다. 지난해엔 청주시내에서 30분 거리의 충북대 오창캠퍼스에 ‘충북 야생동물센터’를 개원했다. 조난당한 야생동물 구조와 검사, 치료, 재활훈련은 물론 감염성질병에 대한 모니터링, 유전자원 확보 및 보관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수의과대학은 2014년부터 ‘BT융합 농생명 6차산업화 인재양성사업단’을 구성했다. 여기엔 충북대의 농업생명대학과 약학대학도 참여 중이다. 사업단의 목표는 사람과 동물과 환경, 이 삼자가 똑같이 건강을 유지하는 ‘하나의 건강(One Health)’. 건강한 환경에서 건강한 동식물을 키워 그걸 먹는 인간의 건강을 지키면서 이 사이클을 바탕으로 관광 등 서비스산업까지 일으키려는 것이다. 6차 산업이란 ‘1차(농업)+2차(공업)+3차산업(서비스)’의 융합을 뜻하는 새로운 개념이다.

수의과대학 졸업생의 진로는 다양하다. 졸업연도에 치르는 국가고시에 합격했을 때 받는 수의사면허를 기반으로 한다. 동물병원 수의사가 대표적이지만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기업과 일반기업의 수요도 적지 않다. 학계진출도 의학 치의학 약학 생명과학 및 동물관련학과 등 폭이 넓다. 개업의는 다루는 동물의 크기에 따라 둘로 나뉘는데 소 돼지 등 ‘산업동물’로 불리는 대(大)동물을 다루는 의사는 주로 낙농분야에서 일한다. 반려목적으로 기르는 소(小)동물 취급의사는 동물병원에 취업하는 것이 대종.

공직분야 역시 다양하다.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검역본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특허청, 국립환경과학원, 축산위생연구소 등과 각 지방자치단체 등등…. 모두 수의사면허 소지자만 응시 가능한 임용시험을 거쳐 7급 공무원으로 들어간다. 공기업으로는 한국화학시험연구원, 한국산업안전관리공단의 연구기관 및 연구소, 한국마사회의 마필보건소, HACCP(해섭)기준원 등이 있다. 일반기업으로는 제약, 식품, 화장품, 동물사료, 생명공학, 육류 및 유가공, 동물복제 및 줄기세포 회사 등에서 일할 수 있다.

2014년에 졸업한 37명의 진로는 이렇다. 소동물 수의사 12, 공무원 1, 대학원진학 10, 미국수의사준비 3, 공중방역수의사 11명. 공중방역수의사는 수의사면허 소지자가 중위로 3년 근무하고 병역의무를 대신하는 제도다. 수의장교 역시 같다.

4학년인 이한빈 씨(10학번)는 “솔직히 말하면 진출분야가 너무 다양해 진로를 일찍 결정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면서 “우리 대학이 임상(실제 동물환자를 돌보는 것)에 특화돼 소동물 수의사 희망자가 많긴 하지만 교수님의 말씀대로 10년쯤을 내다보면 생명공학연구 같은 첨단 분야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6년간 충북대 수의과대학에서 공부하며 느낀 점을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교수님 모두가 학생 한 명 한명에 관심이 많아요. 커리큘럼 같은 소프트웨어와 연구장비 같은 하드웨어에 대한 계속적인 업그레이드 역시 그런 열정의 소산이겠지요. 덕분에 학생들도 입학 후에 많이 바뀝니다.”

충북대 수의과대학은 예과(2년)와 본과(4년)의 6년제. 저렴한 학비도 매력인데 한 학기에 650만 원인 건국대와 450만 원의 서울대에 비해 충북대는 320만 원 정도. 장학금 수혜비율도 2014년 대학특성화사업 선정 후 65%에서 90%로 높아졌다. 열두 개의 동아리가 있다.

청주=조성하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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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필리핀 팜팡가 주에서 진행중인 ‘해외 수의진료 의료봉사’ 중에 물소를 진료중인 충북대 수의과대학 교수와 학생들. 충북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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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정원 50명의 수의과대학은 늘 이렇게 가족적인 분위기로 수업이 진행된다. 충북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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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캠퍼스의 제2수의학관. 수의과대학은 두 동의 수의학관과 동물의료센터 및 실험동물 연구지원센터로 구성됝 수의과학 콤플렉스에서 연구하고 수학한다. 충북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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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의과대학이 여는 ‘반려동물 한마당’에서 무료진료 모습. 충북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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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료센터는 학생들이 임상을 직접 체험하는 동물병원이다. 충북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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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료센터의 수술실에서 수술 장면. 학교기업으로 운영중인 우수한 시설의 동물병원이다. 충북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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