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직장을 둔 박모 씨(33)는 회식이 있거나 야근을 해야 하는 금요일이면 집에 갈 걱정에 눈앞이 아득해지곤 했다. 경기 수원시에 있는 집 근처까지 운행하는 좌석버스를 놓쳐버리면 택시를 잡는 데만 수십 분을 허비하는 날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박 씨는 “차고지가 경기도인 택시 여러 대가 길가에 서있지만 손님을 골라 태우거나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을 요구할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르곤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이처럼 승차거부 등을 하는 택시를 집중적으로 단속해왔다. 그 결과 경기도 택시들의 불법 행위는 전반적으로 줄었으나 일부 지역 택시들은 여전히 불법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면에는 단속된 택시에 대한 자료와 행정처분 요구를 경찰에서 넘겨받은 뒤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모 씨(47)를 포함한 경기 성남시청 공무원 3명과 수원시청 공무원 김모 씨(42)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입건된 성남시청 택시 행정 담당 공무원들은 지난해 3월부터 올 6월까지 39차례에 걸쳐 불법행위를 한 택시기사 147명에 대한 과징금,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해달라는 공문을 받고도 이를 방치했다. 수원시청 공무원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택시기사 86명의 행정처분 요구 공문을 32차례 받고도 한 건도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공무원들은 다른 처리할 일이 많았다거나 경찰이 행정조치 이행 결과를 확인하지 않을 것 같아 그대로 뒀다고 경찰에 해명했다.
경찰은 금요일 밤 강남역 부근에 장기 정차하면서 영업을 하거나 승차거부, 요금 흥정을 하는 경기도 택시를 단속해 해당 지자체에 관련 정보를 넘기고 있다. 올 3월부터 이달 24일까지 강남대로 부근에서 단속된 무질서 사범은 1000여 명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안양시, 용인시 등 행정처분 조치를 이행한 지역 택시들의 위법 행위는 크게 줄었지만 성남시, 수원시는 회신도 없고 해당 지역 택시들의 위법 행위가 계속돼 수사를 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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