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론 2인의 45분 뉴욕 회동, 정치 얘기는 없었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일 03시 00분


반기문 총장, 김무성 대표 면담

방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45분간 면담했다.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군에 속한 두 사람의 만남이어서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두 사람은 국내 정치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대화는 외교 현안에 집중됐다. 김 대표는 반 총장에게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함께 배석한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반 총장은 “신경 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유엔이 면담 직후 배포한 별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2차례 직접 언급하며 글로벌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기후변화정상회의에 참석해 발표한 것이 초기 자본금 모금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는 반 총장의 발언을 전했다. 또 반 총장이 5월 방한했을 때 박 대통령과 만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도 소개했다. 김 대표와 관련해서는 “이날 면담은 김무성 의원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만 언급했다. 일각에선 유엔의 보도자료가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미묘한 관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김 대표는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비롯해 수행의원단 11명이 모두 배석한 상태에서 반 총장과 면담했다. 유엔 측 관계자들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김 대표와 반 총장만 별도로 얘기할 기회는 없었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만약 김 대표가 반 총장과 독대했다면 분명 분위기가 달랐을 것”이라며 “야권에서도 러브콜을 받는 반 총장과 따로 만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장면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김 대표는 방명록에 한글로 자신의 이름 세 글자만 남겼다.

면담에 앞서 김 대표는 뉴욕특파원들과 만나 “(나는) 아직까지도 대권주자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보수우파가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목숨이라도 바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방미 일정이 대선 행보로 비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이날 반 총장과의 면담을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7박 10일간의 방미 일정 중 워싱턴과 뉴욕에서의 ‘정당 외교’를 마무리했다. 김 대표의 방미 성과를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김 대표가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중국보다는 미국”이라며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논란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 대표가 미국에 가서 중국 무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정부 여당의 경직된 인식이 걱정된다. 우리 국익을 중심에 놓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6·25전쟁 참전 노병을 향한 ‘큰절 행보’는 보수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반면 김 대표가 미 연방 의회 상·하원 원내대표와 만나며 한미 간 의회 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부형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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