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농(創農)을 돕는 기관만 만든다고 해서 국내 농촌이 저절로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설령 창농센터를 창조경제혁신센터 안에 설치하더라도, 앞으로 젊은 창농인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원 방안’부터 마련하는 것이 필수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귀농인 2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창농정책 방향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국내 귀농인들이 제시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실질적으로 귀농에 도움이 되는 기관이 없고, 귀농 혜택은 많은 것 같은데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미 농림축산식품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수년째 귀농 귀촌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음에도 제각기 추진하다 보니 “도움 되는 기관이 없다”는 혹평이 나오는 것이다.
유상오 한국귀농귀촌진흥원장은 “귀농을 창업이 아닌 ‘중장년 복지’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문제”라며 “귀농인에 대한 교육부터 작물 재배, 판로 확보, 금융 지원까지 종합적으로 맡을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범(汎)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 각 부처가 창조경제혁신센터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만큼 여기에 창농센터가 설치될 경우 ‘종합적 지원’이라는 숙제는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규제 해소와 금융 지원은 ‘단골’ 건의사항으로 꼽힌다. 창농인들은 “논밭을 992m²(약 300평)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만 혜택이 나오는 것은 문제”라거나 “귀농정착자금을 지원받기 어렵다”는 등의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은 창농자들을 위한 낮은 이율의 금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10대 청소년들이 농업 분야로 들어갈 경우 조건 없이 5000달러(약 583만 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밖에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가지고 농촌에서 2차 가공이 힘들다”는 의견도 많이 제시됐다. 이는 농업진흥지역 안에 있는 공장에서는 반드시 사용하는 주원료를 직접 생산하도록 한 규제를 뜻한다. 농식품부는 이달부터 농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농촌 공장에서도 고춧가루나 밀가루 등은 외부 반입할 수 있도록 했지만 다양한 제품을 제조하기에는 여전히 규제의 벽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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