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환경단체들은 “한번 훼손된 자연생태는 복구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대한다. 반면 경제계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산의 미래 가치를 개발, 활용할 때가 되었다”며 맞서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설치 여부가 결정되는 설악산의 오색케이블카 사업 이야기다. 두 번의 실패 끝에 마지막 ‘3수’ 도전에 나서는 강원도와 관련업계를 상대로 환경단체들이 공격 수위를 높이면서 신경전이 가열되는 상황이다. ○ “산으로 간 4대강, 국토 훼손 우려”
환경,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자연공원 케이블카 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3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녹색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케이블카 설치 예정 지역이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산양과 하늘다람쥐, 200년이 넘은 나무들의 서식지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한국환경회의 등은 지난달 말 사업 반대 및 산지관광정책 철회를 위한 ‘400인 선언’을 발표했고, 설악산 곳곳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업 승인 시 유사한 프로젝트 신청이 봇물 터지듯 하면서 삼림 난(亂)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다. 경제 활성화를 앞세워 ‘속전속결’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절차가 무시되거나 현장조사 결과가 부실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산에 손대고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황인철 녹색연합 평화생태팀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평창 겨울올림픽과 연계한 사업의 조기 추진을 지시한 후 정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엄정한 심의보다는 정치적 논리로 사업을 밀어붙이는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 “경제성장의 동력, 산의 미래가치 찾아야”
양양군을 비롯한 강원 지역의 지자체 및 사업자들은 “낙후된 관광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토의 64%가 산지인데도 그동안 각종 규제에 묶여 충분한 투자와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블카 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1520억 원.
환경 파괴 우려에 대해서는 “헬기로 자재를 실어 나르고 친환경 공법을 적용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와 함께 “등산을 못하는 장애인도 산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른바 ‘산의 민주화’ 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강원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이런 주장과 함께 케이블카 건설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지역구가 양양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외국의 케이블카 전문가를 불러 사업 타당성을 역설하는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더 나아가 설악산 대청봉 정상 근처에 4성급 호텔을 짓는 방안을 제시했다. 산지 개발의 벤치마킹 모델로 드는 것은 스위스의 체르마트 관광지. 산 정상에 리펠랄프 리조트 같은 5성급 고급 호텔이 있고 산악열차와 케이블카가 수시로 운행하는데도 환경 훼손 없이 전 세계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육동한 강원발전연구원장은 “6차 산업이라고 불리는 복합 관광산업 자원의 개발을 비롯해 미래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의 방향은 맞다고 본다”며 “다만 환경과의 균형, 조화 문제는 접점을 찾으려는 고민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이달 말 심사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뜨거운 감자’를 받아든 위원회의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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